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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퓰리즘과 맞바꾼 건보료 개혁
연말정산파문 여론에 놀란 정부…수년 준비한 건보료 개혁 보류
“증세없는 복지 한계” 지적에도…국민 설득않고 표심에만 눈치


“정부가 세법을 개정하고, 건강보험료 체계를 바꾸려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반발이 있더라도 이유를 설명하고 바른 방향을 찾아가도록 노력해야죠. 그게 국민이 원하는 정부 아닙니까? 일부 반발이 있다고 1년도 안된 정책을 바꾸고, 수년 동안 준비해온 개혁안을 갑자기 폐기한다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한 민간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가 익명을 요구하며 한탄하듯 내뱉은 말이다. 그는 국민들의 정서적 반응과 표심(票心)에 정책이 원칙없이 갈지(之)자를 그리는 것은 포퓰리즘 양상과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증세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정책이나 공공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정책 일관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기사 4·6·27면

이미 개혁안을 완성해 29일 최종 확정할 예정이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던 사안이다. 정부는 월급 이외 고소득 직장인의 보험료를 올리고 저소득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를 내리는 등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해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편안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편안 확정 하루 전 갑자기 논의 중단을 발표했다.

실제로는 연말정산 파문에 놀란 정부가 건보료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고소득층 45만세대 가량의 ‘예상되는’ 불만 때문에 수년 동안 준비해온 개혁을 백지화한 것이다.

앞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을 완화하기 위해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정치권의 반발에 하루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러한 혼란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는 청와대와 소신없는 관료사회, 내년 4월 총선에서의 표심 향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치권의 합작품이 아닐 수 없다.

해결의 키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누군가는 직언을 하고 실마리를 풀어야 하지만 총리에서 부총리까지 모두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진 현 구도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올해가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이를 화두로 내걸었지만, 제대로 될지 우려가 앞선다. 당장 표를 의식해 정책이 갈팡질팡한다면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효과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신뢰가 떨어지고 표도 더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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