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곳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불법체류가정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무국적자인데, 부모들이 아이를 버리면 이 죄 없는 아이를 누가 돌봐야 하는것이냐”며 ‘이주여성위기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을 설명했다.
지난 14일 개소한 ‘이주여성위기지원센터’는 1년 여 전 15세 조선족 소녀가 유기한 아이를 김 대표가 운영하는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맡아줄 수 없느냐는 국내 미혼모 센터의 요청으로 고안됐다. 당시 김 대표는 ”미혼모 센터에서 왜 그 아이를 맡을 수 없느냐“고 반문했고, 국내 기관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자녀 혹은 불법체류자의 자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의 유기자녀를 위한 ‘베이비박스’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쉽지 않았다. 해외로 입양됐다 한국에 돌아온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 “버려지는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 것. 김 대표는 “항의하러 오신 분들의 의견을 수용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이주여성들의 임신, 출산, 양육을 함께 지원하는 ‘위기지원센터’로 진화시켰다”고 말했다.
위기지원센터는 15개의 언어통역센터를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운영하던 지구촌사랑나눔의 병원, 쉼터, 급식소, 어린이집 등에 숟가락만 더 얹으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오시는 분들이 마음이 편할 수 있도록 ‘이주여성지원센터’라는 평범한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개선에 앞장서 온 그는 “아직도 한국의 의식이 다문화 사회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노임단가를 떨어뜨려 한국인노동자들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가사도우미처럼 한국여성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는 중국, 필리핀 노동자들이 인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고 이들이 없이는 한국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면 외화유출도 막고 질 좋은 숙령공으로 키울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이들의 신분을 ‘이주노동자’에서 ‘이민노동자’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가 선진국가라는 생각으로 인식이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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