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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로 몸통을 흔들어라”…식품ㆍ유통업계는 ‘꼬리경쟁’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자취생 김모(35) 씨는 일주일에 한번은 꼭 찾는 설렁탕집이 있다. 국물이 진하고 깊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이미 인근 동네에서는 유명해진 식당이다. 하지만 김 씨가 그 집을 찾는 진짜 큰 이유는 설렁탕이 아닌 다른 데 있었으니, 설렁탕에 딸려오는 하얀 소면과 김치 국물 때문이다. 소면을 김치 국물에 말아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 식품ㆍ유통업계에서 ‘왝더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왝더독(wag the dog)’은 직역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주로 선물시장이 커지면서 현물시장을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확대돼 최근에는 부차적인 것이 본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 전반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식품ㆍ유통업계에서는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덤’으로 주는 사은품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그 사은품을 얻기 위해 메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 역시 올해 소비시장을 흔들 트렌드의 하나로 이 현상을 꼽기도 했다. 가령 지난해 맥도날드는 해피밀 세트를 사는 사람에게 고전게임 케릭터인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사은품으로 줬는데, 피규어를 구하기 위해 해피밀 세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수십미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식품ㆍ유통업계에서는 이 ‘꼬리 마케팅’이 불황으로 깊게 잠겨버린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끌어올릴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소비자를 향해 ‘꼬리’를 흔들기에 나섰다. 

죽 전문점 본죽(대표 김철호)은 ‘아침엔 본죽’을 2개 이상을 구매하는 이에게 땅콩, 잣 등 견과류가 골고루 들어간 ‘하루견과’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전국 1200여 개 본죽 가맹점에서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매장에서 1만5000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거나 ‘청양 선불카드’로 1만 5000원 이상 충전 시 미니 사이즈로 특별 제작된 청양 머그컵을 증정한다. 240ml 용량으로 2만개 한정 제작됐고 이벤트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NS홈쇼핑은 이번 달 31일까지 TV홈쇼핑 방송 상품을 3회 이상 구매하는 모든 이에게 명절 선물 6종 세트를 덤으로 증정한다. 백설 갈비양념(290g) 1개, 불고기양념(290g) 1개, 참기름(160ml) 1개, 요리유(500ml) 1개, 당면(500g) 1개, 부침가루(500g) 1개로 구성됐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1+1 행사를 오는 31일까지 진행한다. ‘해피바스 바디오일’, ‘아트릭스 핸드크림’ 등 화장품 10종, ‘포인트 클렌징티슈’, ‘온더바디퍼퓸 바디워시’ 등 세면용품 24종, ‘자뎅 컵커피’ 전 품목 등 총 101가지 품목이 선정됐다. 이 밖에도 403가지 상품에 대해 2+1, 덤 증정 및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 어떤 사은품이 좋은 ‘꼬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따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 통신사 보면 라면, 생수, 휴지 이런 거 가지고 사은품이랍시고 경쟁하는데 다른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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