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은 지난 21일 새정치연합보좌진협의회가 주최한 당대표 좌담회였다. 상대 후보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문 의원은 박 의원을 두고 “오랜 정치 경력, 관록, 대여 공격력과 정보력이 대단하시다”고 운을 떼며 “타고난 공격력을 요즘 저한테 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좌중은 시쳇말로 ‘빵 터졌다’. 문 의원에게 평소에 볼 수 없던 ‘애드립’이었기 때문. 웃으면서 지나갔지만 이 한마디에는 최근 자신을 향해 비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박 의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담겨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했던 한 보좌관은 “개인적으로는 깜짝 놀랐다. 대선 때부터 문 의원을 봐왔는데 저런 유머는 처음 본 것 같다”며 “맷집이 늘었는지 예전보다 여유가 생긴 같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청주MBC TV토론회에서도 박 의원이 “문 의원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보고도 진보당과의 연대에 대해 ‘국민의 지지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이라며 공격하자 “새누리당이 하는 색깔공세까지 하는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며 반박했다. 지난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등에서 박 의원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문 의원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 의원이 권력욕이 생긴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대선 후보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권력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와 사뭇 다른 이야기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후보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는데, 며칠 전에 문 의원이 직접 전화를 했더라. 문 의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처음 받아봤다. ‘나한테까지 전화를 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노계 의원도 “캠프에서 전략적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문 의원의 평소 모습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당내에서는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발표된 몇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문 의원이 타 후보들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유가 생긴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20일 새정치연합 지지층을 조사한 결과 문 의원은 64.5%로 박 의원(13.5%)을 크게 앞섰다. 앞서 한국갤럽이 13~15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문 의원은 69% 지지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별 투표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상황이라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당내 여론이다. 한 청년 대의원은 “대의원들은 자신의 지지 성향을 잘 밝히지 않는다. ARS로 이뤄지는 여론조사의 결과 만으로는 판세를 알 수 없다”며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권리당원ㆍ일반당원의 표심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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