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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국정연설서 北 언급 없어, 의도적 무시?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미 강경한 태도를 수차례 표명한 만큼 굳이 또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부터, 일종의 관계 회복 가능성을 암시하는 의도적 침묵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명확히 밝히거나, 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관계회복을 언급하는 게 아닌, ‘침묵’을 선택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북한도 한층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상ㆍ하원 합동회의장에서 밝힌 새해 국정연설에서 연설 내내 북한을 한차례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부자 증세로 중산층을 살리고, 국제 테러리즘이나 사이버 공격 위협 등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최근 앞다퉈 미 행정부가 북한을 직접 겨냥해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건, 최근 백악관의 주요 국정과제로 ‘사이버 안보’를 앞세운 것과 비교할 때 더욱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어떤 외국이나 해커도 미국의 인터넷망을 봉쇄하거나 기업의 영업 비밀을 훔치거나 미국 가정, 특히 아동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정부는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위협과 싸우기 위해 정보를 통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의회에 사이버 공격 위협을 피하고 신분(ID) 도용 등에 맞설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소니 해킹사건의 주범으로 판단한 북한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최근 미 행정부와 의회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는 ‘대북 성토장’과 다름없었다. “미국이 취할 대북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겠다” 등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졌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도중 서둘러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해 연초부터 대북제재 서막을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휴가지에서 서명할 만큼 대북제재가 긴박했다는, 혹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리라 예상했으나 이와 달리 아예 북한이란낱말 자체를 피한 것. 그렇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다시 강조해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일단 굳이 북한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에 앞서 백안관, 의회에서 앞다퉈 북한을 압박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비례적 대응’을 주장하고 행정명령까지 발동시킨 마당에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즉,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일부러 오바마 대통령이 일말의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최근 남북 간 대화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미국이 마치 재를 뿌리는 것처럼 인식됐다는 점도 미국 입장에선 부담이다. 한미 양국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에 있어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는 빛 샐 틈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는 남아 있다.

이런 의심을 지우고, 북한의 입장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의도적으로 북한이란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제재를 앞세우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의미이든 북한의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에 대화를 연이어 제안하고 있지만 계속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도 명확치 않은 입장을 보였기 때문. 어떤 식으로 대화의 실마리가 풀릴지, 혹은 북한이 기존에 취했던, 강한 도발에는 강한 대응으로 임하는 자세로 변하게 될지 촉각이 쏠리고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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