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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드 인 재팬’이 몰려온다
첨단기술에 엔低업고 위세
작년 조선업계 시장점유율
한중일 3국중 일본만 증가
반도체분야도 삼성에 도전장


을미사변 120주년인 2015년, 한국 시장을 공격하는 일본 기업의 위세가 매섭다. 중국 기업이 저가(低價)라는 ‘창’만 가졌다면, 일본 기업들은 엔저라는 ‘창’에 기술력이라는 ‘방패’까지 갖췄다. 가격과 기술에서 모두 열위에 처한 우리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가장 심각한 부문은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조선산업이다. 21일 국제 해운ㆍ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조사를 보면 작년 한국, 중국,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9.7%, 38.6%, 19.7%이다. 3개국 중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의 점유율은 전년과 비교해 2.3%포인트 늘어났다. 한국 조선업체의시장 점유율이 매년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미 한국이 주름잡던 조선시장은 한ㆍ중ㆍ일 3강체제로 바뀌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과거 높은 인건비에 엔고까지 겹쳐 한국과 중국의 수주경쟁에서 늘 뒤처졌다. 그러나 최근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기반해 한국 조선사들과의 선가 격차를 줄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 상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에서 수주 영역이 겹치는 한국 조선사들이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업체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이조선 등 일본 조선업체들은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에도 나섰다. 부가가치가 큰 LNG선과 유람선 등을 대상이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감원 등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것과 사뭇 다르다.

호황을 맞은 반도체업계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의 도시바를 꺾고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섰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주요 반도체 생산설비는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반도체를 팔아 번 돈을 일본산 설비 도입에 지출하는 구조다.

심지어 일본 반도체 제조업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 밀려 와해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도시바, 르네사스, 소니, 후지쯔 등이 투자를 늘리면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도시바는 스마트폰 주요 부품인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서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3년 동안 7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보고서를 보면 도시바의 2014년 매출은 전년대비 2.8% 성장하면서 세계시장점유율 6위를 기록했다. 일본 언론은 지난해 일본 반도체시장이 전년대비 7% 가량 성장한 데 이어 2016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 소매품에서도 일본산 제품을 찾는 국내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산이 강점을 가진 카메라, 노트북 등 IT기기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의 통계를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니콘의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각각 40%, 145% 증가했다. 한때 한국산에 밀렸던 도시바와 소니 노트북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5%씩 판매가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유러화 약세를 계기로 자동차, 가구 등 유럽산 내구소비재가 국내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던 현상이 일본으로부터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은 우리와 경합산업이 많아 소비재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은 산업 전반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할 상황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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