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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 여신심사 강화한다더니…
주요12개銀 심사인력 충원 평균 4명 그쳐…부실대출 ‘제2 모뉴엘 사태’ 재발 우려
은행들이 지난해 잇따른 부실대출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겪었지만 여신심사 인력 확충에는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12개 은행의 최근 1년간 여신심사인력 증감추이를 살펴보니 은행 1곳당 늘린 인력은 평균 4명에 불과했다. ‘실적 우선주의’ 때문이다. 이에따라 올해에도 모뉴엘 같은 부실대출 사고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 한 곳당 ‘고작’ 4명 증가=헤럴드경제가 20일 국내 주요 12개 은행의 최근 1년간 여신심사 인력규모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은행 1곳당 늘린 여신심사 인원은 4명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은행 본사와 여신심사센터의 개인ㆍ기업여신 심사인력의 총합으로 산출했다.

심사의 기본인 인력충원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2월 KT ENS대출사기를 시작으로 4월 청해진해운 관계사 부실대출, 10월 모뉴엘 사태까지 겪으며 여신심사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문서중심관행, 현장점검 소홀 등에 대한 자기반성도 이어졌지만 결국 ‘말의 성찬’에 지나지 않았다.

은행별로도 충원 폭은 갈렸다. 대부분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동결하거나 심지어 줄인 은행도 4곳(33%)이나 됐다.


신한은행은 여신인력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말 223명에서 2015년 1월 현재 220명으로 3명(1%)이 줄었다. 신한은행 측은 이에 대해 “중간에 연수 등을 간 인력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IBK기업은행과 JB금융지주의 두 은행(전북은행, 광주은행) 3곳은 1년새 여신심사인력이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세 곳 모두 지난해 부실대출로 수십,수백원의 손실을 봤지만 각각 138명, 15명, 18명의 여신심사인력은 변함이 없었다. 전북은행은 부실대출 사고가 잇따르며 지난해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39%로 은행권 최상위권으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업계 1위(자산규모, 2014년 3/4분기 기준) 은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민은행이 늘린 여신심사인력은 7명(3%)에 불과했다. KT ENS사태로 1624억원의 손실을 입은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늘어난 인력은 12명(12%)뿐이었다. 98명이었던 인력이 110명이 늘었지만 비슷한 수준의 은행에 비해 절대 인력 자체가 턱없이 적다는 평가다.

외환은행 역시 1월 현재 여신심사인력은 174명으로, 전년대비 6명(4%) 증가에 머물렀다. 2017년까지 여신심사인력을 현재의 5배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NH농협은행도 최근 1년간의 여신심사인력 증가율은 6%(120명→127명)에 그쳤다.

조사 대상 중 가장 여신심사 인력 확충에 적극적이었던 대구은행도 규모가 미미하다. 1년새 26% 늘었다고 하지만 31명에서 39명으로 고작 8명 늘린데 그쳤다. 지방은행 중 맏형인 부산은행은 2명(6%), 경남은행도 2명(7%) 증가에 그쳤다.

▶부실대출사고 또 터질라=은행들이 여신심사 인력 충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또 다시 대형 부실대출 사고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들이 ‘영업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세운 만큼 실적에 급급할 경우 여신심사엔 더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은행경영연구센터장은 “매년 1조원씩 벌어도 부실대출로 인한 손실이 나면 결국 수익은 절반밖에 안 되는 셈”이라며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조정수익’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은행 성장률이 1.7%로 잠재성장률(3.5%)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벌기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도 “적정수준의 인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의 문제”라면서 “인력충원과 함께 여신심사의 의사결정과정과 집행방식, 대출 감독에 대한 시스템까지 갖춰져야 부실대출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적은 인력을 인정하면서도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신심사인력 확충은 금융시장 안정성 저해 방지 차원 뿐만 아니라 소비자권익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면서 “은행들의 여신심사시스템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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