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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실종 김모군 ‘IS 가입’ 위해 시리아 국경 넘은 듯…추가 가담 우려
[헤럴드경제=박혜림ㆍ배두헌 기자]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이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에 가입하려고 시리아 밀입국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군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일 김군 부모에 대한 방문조사를 벌였으며, 김군이 시리아 국경에서 IS에 가입하려고 밀입국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런 내용으로 21일 김군 실종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 군이 인터넷 상에서 IS 관련 인물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2의 김 군’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증폭되고 있다. 


▶경찰, 김군 '시리아행 시도' 잠정 결론=김군은 이날 터키 현지 CCTV를 통해 IS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승합차를 타고 킬리스 남쪽의 시리아 국경 근처로 향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경찰이 김 군의 자발적 가담에 무게를 싣고 있는 이유다. 통상 IS와 뜻을 같이 하려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 전사)’들이 이스탄불을 거쳐 시리아로 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김군 부모를 상대로 김군이 터키에 가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나서 내일 중에는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군의 컴퓨터 분석 결과와 김군의 여행 경로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김군이 터키에 간 것은 IS에 가입하기 위해 IS 본거지인 시리아로 밀입국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김군이 시리아로 넘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군이 사용한 컴퓨터를 분석해 김군이 IS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인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대화하고 비밀 메시지도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김군은 ‘glot****’라는 계정으로 트위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분석 결과 김군이 먼저 트위터에 IS 가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올려 복수의 인물들로부터 ‘응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한 인물이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 SNS인 ‘슈어스팟’(Surespot)으로 대화하자고 제의한 이후 김군의 트위터에서 IS와 관련한 내용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슈어스팟을 통해 김군이 IS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가입 안내 등 정보를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김군이 ‘H. abdou ******’라는 아이디를 가진 인물과 접촉해 IS 가입 문의를 하는 대화 내용을 볼 수 있다.

김군은 대화에서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의 전신)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난 터키 갈 준비가 돼 있는데 어디서 형제를 만날 수 있나’고 물었다.

그러자 이 인물은 김군에게 ‘이스탄불의 하산이라는 형제에게 전화하라’라고 답하며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김군은 부모에게 터키 여행을 보내달라고 할 때 “터키에 있는 펜팔 친구인 하산을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김군이 지난 10일 오전 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역인 킬리스의 호텔을 빠져나온 이후 행적이 새롭게 드러나 김군의 시리아행 시도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군이 호텔을 홀로 빠져나온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지인과 만나 시리아 번호판을 단 승합차 택시를 타고 시리아 난민촌으로 이동한 사실이 현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군의 터키 여행 가이드 역할을 했던 홍모(45)씨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김군 실종 당시 현장에 있어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가진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군이 사라진 터키 킬리스가 위험지역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만나는 IS… 소외계층ㆍ미성년자 노린다=실종된 김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은 것으로 잠정 결론나면서 10대 청소년과 소외층을 중심으로 IS에 가입하기 위한 또다른 시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일, 구글에 ‘IS’를 포함한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해 검색하면 손쉽게 트위터를 통한 IS 조직원 모집 공고를 찾을 수 있었다.

해커와 프로그래머, 오디오 기술자 등을 찾는다는 해당 글에는 국적과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적잖은 수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댓글을 남긴 상태였다.

이 트위터가 실제 IS 운영 계정이 아니더라도, 댓글을 남기는 행위만으로 충분히 IS 조직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김 군도 이런 절차를 밟아 ‘하산’으로 알려진 터키 현지인과 처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김 군이 하산에게 “당신과 파트너십을 원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사실이 하산의 트위터에 올라왔다. 메일에서 김 군이 직접적으로 IS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IS와의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처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IS 가입 관련 글을 여과없이 볼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유해 사이트의 경우 방통위 차원의 심의 결정을 통해 해당 url주소 자체를 접근 금지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구글과 트위터,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직접 시정을 할 수 없다. 삭제 요청 등 ‘협조’를 구하는 게 전부다.

그나마도 해외 IP로 우회해서 접속하면 무용지물이다. 해외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성인 인증도 비교적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IS가 트위터에 조직원 모집 공고문을 올려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 통신심의의 경우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직접적인 범죄 교사 등의 발언이 없는 한 가입자 모집 공고만으론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IS가 조직원을 모집하는데 주로 활용하고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슈어스팟(surespot)은 텔레그램과 마찬가지로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등 보안성이 높은 앱이다. 앱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상당수의 IS가 사용한다 해서 이를 제재하겠다는 것도 무리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자칫 사회에 불만이 많은 소외계층이나 김군처럼 미성년자의 경우 IS에 쉽게 동조하거나 직접 가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IS는 소외계층을 지하디스트로 끌어들이기 위해 ‘월급여 1000만원 보장’ 등을 내걸고 선전ㆍ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에서는 미성년자인 10대와 청년 실업자 등 소외계층의 IS 가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이 서방 인질 참수에 참가하거나, 자국으로 은밀히 들어와 테러에 가담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등 사회에 불만이 있는 이들의 경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크다”면서 “일반인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주장에도 이에 심취해 IS에 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교수도 “사회에서 외면당하며 생긴 트라우마에 의해 분노나 공격성, 적개심 등이 나타났다면 누군가를 살인하고 복수하는 행위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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