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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잘듣는 놈만 혼나는…‘CCTV의 역설’
아동학대 계기 관심의 초점
CCTV 자진설치 어린이집
경찰 우선조사…역피해 논란
“부모 안심시키려 솔선했는데”
만능해결책인양 접근엔 경계



“엄마들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3년 전에 자진해서 단 CC(폐쇄회로)TV가 오히려 낙인된 기분입니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후 경찰이 솔선수범해 CCTV를 자진 설치한 곳부터 조사를 한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픈 마음이 드네요.”(서울 A어린이집 원장)

인천 지역 어린이집에서 발생된 네살배기 폭행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10면

하지만 경찰이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부터 우선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역피해 논란이 제기된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중 CCTV를 설치한 곳은 열 곳 중 두 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어린이집들은 의무사항도 아닌 CCTV를 솔선해 설치한 것이 되레 경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상위권 학생부터 보충수업시키는 셈”=A 원장은 “부모를 안심시키고 비상시 긴급구호와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해 놓은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평판이 좋은 곳들”이라며 “정부의 이런 대책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식 조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제보가 들어왔거나, CCTV 설치된 어린이집을 우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증거가 비교적 확실해 조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B(여) 씨는 “우리 교사들은 CCTV를 공개하는 것엔 한 점 두려움도 없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비난하는 상황엔 답답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CCTV만 능사가 아닌데…”=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험악해진 국민 여론 탓에 쉽게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구조적인 원인 해결은 뒤로한 채 ‘CCTV 만능론’쪽으로만 쏠리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C(여) 씨는 “CCTV 설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후죽순 생겨난 어린이집을 걸러내고 훌륭한 교사와 비용 지원이 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것이 보육교사와 아이, 학부모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D(여) 씨는 “폭행 보육교사와 달리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학부모님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재신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전체 아동학대의 3.4%, 전국 어린이집의 0.005%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막기위해 모든 어린이집에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며 효과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책이 CCTV 의무화 정도로만 그칠 경우 방임ㆍ유기 등 무형의 아동학대와 카메라 사각지대 폭행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경원ㆍ이지웅ㆍ서지혜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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