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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 미군기지 개발 소식에 용산 주민들 신중…“장난은 사절”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더 이상의 장난은 사절합니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 조기 개발이 가시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 수혜자인 용산 주민들은 신중 모드로 일관했다. “환영할 일이긴 하나 그동안 정부의 장난(?)에 충분히 놀아난 만큼 더 이상의 장난은 사절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정부의 철도경영 정상화대책의 일환으로 2006년 계획돼 추진됐다. 이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시키면서 30조원 규모 사업으로 확대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난항을 겪다 2013년 결국 무산됐다.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 개발 시점을 앞당긴다고 발표했지만 용산 주민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과 관련한 한때의 호된 교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진은 용산 미군기지 전경.

당시 일부 주민들은 사상 최대 규모 국책개발사업이라는 호재를 믿고 담보대출 등을 받았다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등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용산역세권 개발과 함께 진행되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차일피일 뒤로 미뤄져 이중고를 겪었다. 지역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용산 미군기지 개발 사업을 앞당겨 추진한다는 소식을 발표하자 내심 반기기는 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부이촌동의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발표대로 된다면 좋은 소식이긴 하나 이미 정부 발표만 믿었다가 지옥과 천당을 오간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 주민들도 이제 (정부 발표에)내성이 생겨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게 체질화됐다”며 “뭔가가 일어나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해야 믿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극도의 불신 속에서도 실낱같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은 엿보인다.

용산역과 용산 미군기지 사이에 위치해 용산 개발붐과 함께 시세가 등락을 거듭한 고급 주상복합 용산시티파크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용산 미군기지 개발을 앞당긴다니 미군기지 이전이 이제 시작되긴 되나 보다”며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던 이 일대에 확실성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호재이긴 호재”라고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 정부 6개 부처는 지난 18일 총 25조원 규모의 ‘관광 인프라 및 기업혁신 투자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조원 규모의 용산 미군기지 개발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4년 앞당겨져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캠프킴, 유엔사령부, 수송부 부지 등 용산 미군기지 내 3개 상업지구의 건물 높이 및 용적률을 결정하고 4월 개발 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 또 원래는 용산 미군기지 개발사업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평택 미군기지 시설을 미군기지 측에 넘긴 뒤 용산 땅을 되돌려받아야 하지만 정부는 LH가 용산 땅을 되도록 빨리 넘겨받을 수 있도록 국유재산법 시행규칙을 6월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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