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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도 몰라요’… 금투協 회장 선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선거란 원래 ‘박빙’이라야 제 맛이다. 누가 당선돼도, 낙선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치열해야 흥행이 된다. 흥행은 당선자의 취임 초기 업무 추진 동력이 된다. 매번 낙하산 논란과 관치 비판이 이는 ‘무늬만 선거’들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은 이유중 하나도 실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찍어내린 A가 회장이 되는 것만큼 싱거운 게임이 또 있겠나.

이는 정치판에서도 비슷하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대 가장 큰 표차(530만표)로 상대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당시 투표율은 20년 이래 최저(63.0%)였다. 투표율을 선거 흥행성이라고 보면, 최근 20년 사이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대선은 가장 흥행에 실패한 대통령 선거였다. 그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이 너무도 자명한, 그래서 맥빠진 선거였기 때문이었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금투협 회장 선거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일단은 흥행 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박빙의 승부, 박빙의 표차로 당선될 것이란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신탁회사 등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귀동냥을 해봐도 회장이 누가 될 것 같으냐는 물음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만 돌아온다. 평등·비밀 투표가 보장된 터이고, 선거 운동하러 온 후보 눈 앞에선 ‘당신을 지지하겠습니다’고 했다가, 다른 자리 다른 후보에게도 ‘당신을 지지합니다’는 얘기를 다시 건넬 수도 있어 일단 ‘표 계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권 안팎에선 압축된 후보 3명 중 누가 당선돼도 이상할 것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신과 나이 학교도 모두 다르지만 업권 내에서 닳고 닳은 ‘백전 노장’들이기 때문이다.

온화한 인품에 전문성이 높은 김기범 후보, 합리성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최방길 후보, 대외 인지도 및 넓은 인맥이 강점인 황영기 후보 가운데 누구 한명을 콕 찍어 ‘부적합’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황 후보는 삼성증권 사장 출신이라 삼성 표는 먹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김 후보가 증권 업계 내에서 수위를 다투는 대우증권 사장 출신이고 가장 최근까지 현업이 있었으니 그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최 후보가 협회 내에서 소외돼 있는 자산운용사 출신이니 ‘자산운용사의 몰표+알파’를 획득하면 승산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업권 내에서 차기 협회장 전망을 쉬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또있다. 현 협회장인 박종수 회장이 당선된 것도 사실은 ‘이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유력하다고 거론됐던 정의동 전 예탁원 사장이 예선전에서 탈락했었고, 지지세가 약하다고 평가됐던 박종수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황성호 후보가 본선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 전망도 무너졌다. 이번 선거도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투협회장 선거는 오는 20일 증권사, 운용사, 선물사, 신탁사로 구성된 164개 회원사들의 투표로 진행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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