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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猫약> 길을 잃다 길을 찾다
<기자가 키우는 고양이는 ‘사랑이’와 ‘소망이’ 둘입니다. ‘사랑의 猫약’은 베테랑 집사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초보 집사에겐 팁을 알려주는 코너입니다. 두 냥이의 성장기이자, 여왕ㆍ임금 같은 냥이들을 모시고 있는 모든 집사들에게 바치는 지침서입니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둘째 ‘소망이’는 길냥이 출신입니다.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그 단 몇 초의 순간, 몇 일간의 고민을 거쳐 가족이 됐습니다. 인연이란 참 신기하고 소중하단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녀석이죠.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으로 쌀쌀했던 2012년 11월 말, 소망이는 따뜻한 집에서 차가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어느 때보다 사랑을 받아야 할 생후 6개월의 시기였습니다. 


첫 만남은 갑작스럽고 황당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아내와 함께 나선 외출길, 어디선가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야옹~야옹~” 성묘와는 다른 절박한 소리가 기자를 바닥에 엎드리고 찾게 만들었죠. “쬽쬽쬽쬽” 호출신호를 보내자 차 밑에서 도움을 청하듯 뛰어 나왔습니다.

그 당시 소망이의 눈빛은 잊지 못합니다. “제발 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물과 슬픈 표정을 지으며, 기자의 팔을 꽉 안았습니다. 공포에 떨며 몇 일간을 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배는 등에 붙을 정도로 홀쭉하고 털은 지저분했습니다.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목줄만이 얼마전 버림을 받은 녀석이란 사실을 말해줬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기자의 결정을 기다렸습니다. “어서 안아” 그 말을 기다렸는지, 아내는 품에 녀석을 안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쓰레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물에 불린 사료를 허겁지겁 먹고 있는 녀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홀쭉했던 배는 과식으로 인해 지나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까칠한 사랑이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버려진 게 아니라 길을 잃은 건 아닐까’ 아내와 저는 바로 주인을 찾기로 했습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경비실에 이 사실을 전파하고, 저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와 사람들의 응원과는 달리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름 후 아내와 기자는 녀석을 키우기로 하고 사랑, 소망, 믿음 중 ‘소망‘이란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천시 수의사회 동물보호소 등 안정적인 집사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사실 소망이의 경우, 옳은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본래 버려진 동물은 관할 시ㆍ군ㆍ구청이 유기동물 보호시설에 신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동물보호시스템엔 지자체가 중심으로 유기동물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7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10일 뒤엔 소유권을 해단 시ㆍ군ㆍ구가 갖게돼 기증이나 분양을 할 수 있죠.


하지만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발견된 곳에서 먼 구청으로 이동할 경우 주인을 찾기가 힘들고, 잃어버린 동물을 찾는 창구인 동물보호소 역시 온ㆍ오프라인 정보가 없으면 사실상 접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고양이의 경우엔 안타까운 생명을 구제하려는 목적으로 보호시설에서 데려와 회복 뒤 입양해주는 이들도 많습니다. 실제 고양이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개와는 달리 한국에서만 유독 멸시받고 미움 받는 동물이기 때문일까요?

구출하고 제보하고 또 입양하는 등 비슷한 사례들은 기자에게도 몇 번이 있습니다. 관련 이야기는 추후 또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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