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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이승기 "'오늘의 연애' 로코 新 기록 세우고 싶다"
가수로 데뷔한 지 어느덧 12년, 가수와 배우 두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승기에게 이제는 좀처럼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는 붙지 않는다. 겸업을 분리해 꾸준히 하는 것도 모자라 충실하게 해내왔기 때문이리라. 그런 그가 이번에는 스크린에 문을 두드렸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믿음을 준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에서도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다. '썸'이란 말이 생기면서 젊은 남녀들의 감정 소비에 대한 일침을 고스란히 준수를 통해 이렇게 외친다.

"쿨 해지고 가벼워진 사랑 보다는 조금 바보 같고 답답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 미친 듯이 퍼주는 사랑, 그런 사랑 한 번 받아보고 싶지 않나요?"



본지는 15일 종로구 삼청동 인근에서 스스로 '영화 늦둥이'라 소개하는 이승기와 인터뷰를 가졌다.

"몇 년 동안 드라마, 예능, 콘서트 등 활동에 일정한 리듬이 있었어요. 드라마 같은 경우는 미리 정해 놓고 촬영에 들어가는 편이라 영화가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어요. 예능 고정 프로그램이 없어지니 시간이 많아지고 선택할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영화를 그 동안 안 한 특별한 이 유같은 건 없어요."

이승기는 영화 첫 주연작을 박진표 감독의 '오늘의 연애'로 선택했다. '너는 내 운명', '내 사랑 내 곁에'를 연출한 로맨스 영화에 탁월한 연출력을 가진 박진표 감독과의 작업이니, 믿고 응할 수 있었다.

"원래 박진표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그 분의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참 가슴에 남는 것 같아요. 이번 '오늘의 연애'도 대본이 재미있더라고요. 이것만 가지고 보장이 될지는 사실 의문이었는데 박진표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하시니 신뢰가 가더라고요. 박 감독님의 진지한 색채가 로코 특유의 가벼움을 중화시켜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의 연애'는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국 576개의 스크린을 통해 13만 3746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수는 14만 1430명이다.

'오늘의 연애'는 같은 날 개봉한 하정우-하지원 주연의 '허삼관', 벤 스틸러 주연의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등 쟁쟁한 경쟁작을 가뿐히 제쳤다.
또한 '건축학개론' (누적 411명, 오프닝 6만 6580명), '내 아내의 모든 것'(누적 459만, 오프닝 8만 7798명), '나의 사랑 나의 신부'(누적 213만, 오프닝 8만 8406명)의 개봉 첫날 스코어를 뛰어넘는 결과다.

"주변에 좋은 영화들과 함께 개봉해서 우리 영화가 잘 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은 했는데 시작이 좋더라고요. '허삼관'에 나오는 분들 모두 제가 좋아하는 선배들이에요. 경쟁을 떠나서 '허삼관'도 보고 '국제시장'도 보고싶어요. 영화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로서 경쟁도 경쟁이지만 영화 전반을 모두 다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승기는 극중 여자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해주지만 100일도 못 가 차이는 준수를 연기한다. 준수는 착하고, 바르고 성실하며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안정적인 직업도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여자라고 외칠 만큼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름처럼 '준수' 그 자체다. 오히려 무던한 인물을 연기하며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라 힘들진 않았을까.

"누구나 강한 캐릭터를 맡고 싶어할 수는 있어요. 그런 캐릭터가 돋보이기 쉬우니까요. 그러나 준수는 전혀 튀지 않는 캐릭터잖아요. 그러면서도 영화는 준수의 관점으로 흘러가요. 그래서 저도 관객들에게 준수의 공감과 매력을 어떻게 느끼게 해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난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준수의 사랑은 모든 이들의 판타지인 것 같아요. 준수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준수가 하는 사랑은 찾아보기 쉽지 않죠."

이승기 조차도 준수의 18년 짝사랑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혹시 이승기는 주변의 친구가 이런 고민을 안고 연애 상담을 해온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것 인가를 물었다. 이 영화를 통해 이승기가 하고 싶은 말과 일맥상통한다.

"재지 말고 차이더라도 돌진해보라고 조언할 것 같아요. 여자가 별 관심이 없다가도 고백을 하면 조금 달라져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백 한 사람보다 고백 받은 사람이 더 아쉬워하더라고요. 열정적으로 진정성 있는 고백을 하면 여자는 물론 남자도 흔들릴 것 같아요."



'오늘의 연애'는 초반 준수와 현우의 티격태격 하는 케미와 코믹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준수의 폭발하는 감정신이 있다. 개인적으로 문채원의 주사연기와 이승기의 엘리베이터신이 극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저도 그 신이 마음에 드는 컷 중 하나 입니다. 저도 제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랐어요. 연기를 하고 모니터를 보는데 '저게 내 표정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의도한 건 아닌데 저도 몰랐던 제 표정과 감정을 보게 돼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이승기는 원래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단다. 그러면서도 제일 어려운 것이 "코미디 연기"라고 웃으면서 털어놨다.

"밝은 작품을 좋아해요. 정극, 스릴러도 다 좋아하고 보긴하는데 기본적으로 웃긴 것들이 좋더라고요. 코미디가 진짜 위대한 장르이고 연기하기도 힘들어요. 저도 코미디를 연기하지만 이건 연기만으로 되는것들이 아니에요. 타이밍, 촬영 현장 공기 등 한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져야지 웃음이 나거든요. 여러번 찍는다고 웃기는 것도 아니고요. 공포와 웃음은 한끗차이란 말을 들었어요. 모두 엇박자에서 시작하죠. 저도 그 말에 공감했어요."

'소문난 칠공주'(2006), '찬란한 유산'(2009),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더킹 투 하츠'(2012), '구가의 서'(2013), '너희들은 포위됐다'(2014)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에 뛰어들었다. 이승기가 배우로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연기가 재미있어요. 연기가 제게는 일이라서 하고 싶을 때 하고 안하고 싶을 때 안하고 이러진 못해요. 다행히도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니 행복해요. 늘 다른 캐릭터, 다른 장르를 연기하면서 배우는 것들도 많아요. 그런 재미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하는 것 같네요."

이승기는 반듯한 이미지로 '국민 엄친아' 수식어가 붙는다. 단 한 번도 방송에서 스스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발언을 한 적은 없다. 그저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최선을 다했고, 그런 바른 모습에 환호했다. 누군 가는 이런 고정적인 이미지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양면이 있듯 제 이런 이미지에도 장단점이 있죠. 하지만 전 장점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죠. 그런 이미지를 굳이 부정하고 싶거나 변신할 타임이라고 그렇게 180도 바뀐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도 않아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아가는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곧 서른인데 이제 엄친아 수식어는 민망해요. 하하.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이승기 앞의 수식어 '가수 출신 연기자'란 말이 희미해지기까지 꼬박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이승기도 그런 꼬리표를 떼내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 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참 고민이 심했어요.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하다 보니 남자 다운 걸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킹 투 하츠'를 한 것이고요. 그런데 그 작품을 했다고 해서 제 이미지가 한 번에 바뀌거나 그러진 않더라고요. 가수 출신은 배우가 본업인 분들과 똑같이 보지 않으시잖아요.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진지하게 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옛날엔 '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안봐주시지'라고 고민을 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어요. 많은 선배들이 하나의 이미지를 각인 시키고 인정받기 까지 10년 이상을 투자하셨어요. 그래야지 대중이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요. 전 그 시간을 제가 당길 수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이제 저도 연기 한 지 10년이 됐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가수 출신 연기자가 아닌 그냥 배우로 봐주시더라고요."

이승기는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금도 연기에 도전하는 '연기돌' 후배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연기하는 가수 후배들도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연기돌에게는 조금 더 사람들이 엄격하거든요. 그래도 조연, 단역부터 연기했던 연기자 대신에 가수로 성공했기 때문에 쉽게 발탁이 되는 장점이 있어요. 그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잘되서 연기의 기회를 잡은건 그 친구가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얼마나 인기가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가수출신 배우를 쓰겠어요. 그래서 자신을 믿고 좋은 기회를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승기는 새해를 맞아 스물 아홉이 됐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회사, 주변에서 모두 챙겨주던 이승기는 얼마 전부터 혼자서도 살 수 있도록 삶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나이를 먹고 '꽃보다 누나'를 다녀와서 보니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더라고요. 삶에 발을 붙이고 사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연예계만 있다 보니 삶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공과금, 세금, 보험료, 어디에 얼마나 나가는지도 몰랐어요. 자기가 노력하지 않으면 평생 바보로 살 것 같았어요. 그런 두려움을 느끼고 2년 전부터는 기본적인 것은 제가 스스로 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절약도 되고 이제야 삶에 발을 붙인 느낌이었어요."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 공식 행사에서 500만 돌파를 성공한다면 자이드롭을 다시 한 번 타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출발이 좋은 만큼 이승기가 자이드롭을 다시 타는 모습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로맨스 영화 중 500만을 넘은 게 두 작품 밖에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 시장이 작아요. 500만 안될 줄 알고 공약을 걸었는데 이 기세라면 기분 좋게 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지난해 가슴 아픈 일이 많지 않았어요. 웃을 일이 없는 시대인데 2015년 새해를 이 영화를 보고 유쾌하게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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