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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기한 철거공사…건물 철거하니 책 한권씩 사라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도심 속 노후된 하나은행 본점 건물이 17일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하나은행 본점 신축공사를 맡은 포스코건설은 지난 3개월간 진행해 온 하나은행 본점 20층 빌딩의 철거작업을 17일 완료한다고 15일 밝혔다.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건물은 원래 지난 1983년 두산그룹 본사가 입주해 두산빌딩으로 불렸다. 당시 서울 도심 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서울의 스카이라인의 한 축을 형성한 두산빌딩은 신축한 지 3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20층 규모의 대형 건축물 철거가 이뤄진 것은 지난 2009년 여의도 전경련 회관 철거 후 5년 만의 첫 사례다. 

<사진설명>약 3개월간의 철거 공사를 거쳐 사라지는 을지로 옛 하나은행 본점 건물 전경. 건물이 조금씩 철거될 때마다 북타워 모양의 철제 가림막의 책이 한 권씩 사라졌다.

신축공사를 1151억원에 수주한 포스코건설은 유서깊은 이 건물의 철거 과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을지로 일대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주요 빌딩이 산재해 있고 유동인구도 많아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안전도를 높이는데 특히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러다 보니 철거공법으로는 도심지에 부적합한 폭파공법 대신 압쇄공법을 적용했다. 또 보행자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건물 전체를 감싸는 철제 가림막을 설치했다. 소음 공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소음 방지용 휀스, 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산먼지 방지용 워터커튼까지 설치했다. 한 마디로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확실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자칫 도시인들의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건물철거 과정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철제 가림막을 책을 쌓아놓은 듯한 북타워 가림막으로 연출한 것이다. 철거 과정에서 20층의 건물이 한층 한층 사라질 때마다 북타워를 구성하고 있는 책이 한권씩 사라지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적용, 생동감을 더했다.

철거 공사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여유를 부리는 듯 했지만 내실도 탄탄히 다졌다.

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콤플렉스 톱다운이라는 신공법을 적용, 지하층 철거와 톱다운 공사를 동시에 진행해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 톱다운 공법에 비하면 약 2개월 가량의 공기가 단축됐다.

그야말로 재미, 안전, 효율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모두 잡은 것이다.

공사 발주자인 하나은행 측은 이 공사를 도심 내 고층빌딩 재건축 사업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놓고 고민하는 노후 건축물 소유주들에게 하나은행 신축 공사가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1151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옛 두산빌딩을 지하 6층, 지상 26층, 연면적 5만4038㎡ 규모의 대형 첨단 업무시설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완공 시기는 2017년 6월로 예정돼 있다. 이 건물은 완공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본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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