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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열정을 착취하지마!”…甲도 사과하게 만드는 乙의 반란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00씨,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이처럼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친절하게 말하는 손님은 몇 명이나 될까. 최근 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이름으로 부르며 친절하게 주문하면 커피 값을 50%나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알바생들은 손님에게 이벤트를 소개하는데, 무뚝뚝하게, 반말로 커피를 주문할 경우 커피값을 50% 할증하는 대담한(?) 내용도 담겨있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꺼려하지만, 이내 웃으며 알바생의 이름을 부른다. 강남역 인근 엔제리너스의 한 손님은 “부끄러워서 안하려고 했는데 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며 “반말을 하는 손님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이벤트가 다 나올까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연이은 갑의 횡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백화점, 마트의 VIP 손님이 서비스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무릎을 꿇게 하는가하면,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모욕을 줘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자 그간 숨죽이고 살아온 ‘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거나, 다양한 퍼포먼스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패션업계는 최근 가장 대표적으로 ‘을의 반란’이 일어난 곳이다. 최근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부당한 업무 환경을 개선코자 패션노조를 결성하고, 업계의 ‘갑’이라 할 수 있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노동착취를 연이어 폭로했다. 

그 중에는 유명 디자이너인 이상봉 대표가 포함돼 있었다. 패션노조는 “이상봉대표가 운영하는 (주) 이상봉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으로 인턴등을 고용했다”며 최근 ‘청년착취대상’이라는 시상식을 개최, 이 대표에게 청년착취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침묵하던 이 대표는 지난 14일 SNS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은 저의 부족함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자숙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패션업계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점을 개선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영업사원을 신규 채용하는 과정에서지원자들에게 정직원 수준의 업무를 시키고 11명 전원을 채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채용 과정 중에 지원자들이 2주간 현장영업을 한 후, 평가를 받는 절차가 있었는데 이 때 지원자들이 모두 평가 기준에 미달했다는 것. 

해당 지원자들은 하루 14시간 가량을 일하고 일급 5만 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위메프는 이들을 전원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하며 위메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갑’의 부당한 대우에 ‘을’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데는 SNS가 큰 몫을 차지했다. 
을들은 SNS를 통해 상황을 폭로하고 여론을 모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갑의 횡포를 폭로해 이미지나 일상생활 등에 타격을 주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같다”면서도 “일부 직장에서는 이런 SNS 활동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갑의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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