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 41.33% 중 13.4%의 매각을 시도했다. 거래상대를 찾지 못해 불발했지만,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거래에 나선 첫 시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정 부회장에게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시가 3조6000억 원)는 최대 자산이다. 현금화하거나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16.88%(시가 약 3조9000억 원)과 맞바꾸면(swap) 정 부회장 중심의 새로운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도 대신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의 수직적 구조가 된다.
이번 지분매각 시도는 이를 위한 첫 단추였다. 시가 1조5000억 원의 거래가 성사됐다면 정 회장 부자는 이 자금으로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5.66%(시가 1조3000억 원)를 인수했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기아차-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작은 순환출자 고리 하나를 끊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번 시도를 정 부회장 중심의 새로운 경영권 구축 신호탄으로 보는 이유다.
정 부회장과 기아차 간 현대모비스 지분 맞교환만이 이뤄질 경우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간 삼각 순환출자는 깨뜨릴 수 있지만,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탓에 순환출자 그 고리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
삼성의 경우 지난 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을 신호로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일모직은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이고,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산이 집중된 곳이다. 기업공개로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과 제일모직 경영권을 논란 없는 ‘공정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거나 재조합 할 길이 열렸다.
이건희 회장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그리고 일부 개인지분 등 약 16%의 지분율로 그룹 심장인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2대 주주인 제일모직을 지배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이 없다. 그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 11.25%가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높이는 자금원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만든 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증여ㆍ상속 받거나, 합병 또는 주식맞교환 등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K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예상된다. SK는 외견상 지주사 ㈜SK가 정점인 지주회사 체제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SK를 직접 지배하지 않고, SK C&C를 통해 간접지배하고 있다.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벗어나려면 언젠가는 ㈜SK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SK C&C는 지난 해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에서 ㈜SK의 시장가치를 앞질렀다. 최 회장의 SK C&C 지분 가치면 ㈜SK 경영권을 확보하고도 남는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SK C&C와 ㈜SK의 합병설이 가장 일반적이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