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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비 대신 동물병원비?…1인 가구가 바꾼 카드소비패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인이 2010년 학원비로 지출한 신용카드금액은 9조9586억3700만원으로 전체 카드사용액의 3.55%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학원비 비중은 2.57%로 불과 3년만에 1%포인트 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물병원에서 사용한 카드값은 3116억9500만원에서 5112억5300만원으로 무려 2000억원 가량 늘었다. 물론 전체 카드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1%에 그치던 것이 0.14%로 증가했다.

‘4인 가구’ 쇠퇴, ‘1인 가구’ 급증이란 사회구조 변화는 평균 한국인의 카드 소비행태를 뒤바꿔 놓고 있다. 전체 카드지출중 학원비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하나의 단면에 불과할 뿐이다. 카드 소비패턴이 4인가족 시대엔 가족 등 ‘남’에 초첨이 맞춰졌다면, 1인 가구 시대엔 ‘나를 위해 어디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즐길 것이냐’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업태별 카드 이용 실태를 보면 1인 가구로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며 “1인 가구의 증가는 먹고, 즐기는 것 등 모든 한국인의 소비행태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여신금융협회, KB경영연구소, 신한카드 등의 카드이용 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인 가구의 증가는 소비행태에 커다른 변화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교육비 비중이 갈 수록 줄어드는 대신 동물병원에 지출하는 비중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연간 학원비로 지출한 카드금액은 지난 2011년 10조6842억8900만원으로 꼭지점을 찍은 후 지난 2013년엔 9조2121억32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학원비가 차지하던 비중도 2010년 3.55%에서 2013년엔 2.57%로 줄었다. 학원비의 경우 월별로 사용금액 편차가 큰 점을 감안해 10월달(2014년 최신 자료 기준)만 놓고 연도별 그래프를 그리면 교육비의 감소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반면,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카드금액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3116억9500만원에 그쳤던 동물병원 카드사용 금액은 2011년 3933억9100만원, 2012년 4628억600만원, 2013년엔 5112억5300만원으로 급증했다. 카드업계와 유통업계에선 이같은 동물병원에서의 지출 증가는 1인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카드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학원비가 줄어드는 것은 국내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가 줄어드는 것과 무관치 않다”며 “싱글족이나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두지 않는 가족들은 자녀 학원비 대신 애완견을 돌보는 비용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4인 가족 등 다가구 시절 자녀 학원비가 ‘화수분’으로 통했다면, 1인 가족 시대에선 애완견을 위한 의료비용이 화수분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근거리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장을 보는 곳도 대형마트에서 집 앞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0년 편의점에서 사용된 카드 금액은 1조1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2배 이상으로 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꾸준히 늘어 나던 대형마트 카드 실적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카드 실적은 전체 경기상황과 맞물린 측면도 있지만 1인가구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 요인도 상당하다”며 “대형마트의 객단가가 갈 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백화점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사용하는 전체 카드금액은 줄어 들고 있지만, 1인 가구 등 소가족일 수록 카드 사용금액은 오히려 많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가구별 카드 이용행태를 보면 4인 가구의 경우 백화점 쇼핑은 목적구매 행태가 뚜렷하다면, 나홀로 가구는 옷을 사러 백화점에 왔다가도 한 끼 식사를 떼우고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추가로 구매하는 등 다층적인 소비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 1인 가구의 카드 이용금액이 보통 4인 가구 보다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도 “1~2인 가구의 월평균 1인당 소비지출은 3~4인 가구보다 오히려 높다”며 “높은 소비성향으로 인해 업계에선 이들의 구매행태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나 중식당에서의 카드 이용이 늘고 있는 것도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KB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나 중식당에서의 카드 사용은 142~143% 증가한 반면, 전통적으로 가족 외식장소로 애용됐던 패밀리 레스토랑과 뷔페 등에서의 카드 사용금액은 0.7~1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카드 사용 액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들 식당에서 이용한 카드 이용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문화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온가족이 추억을 만들었던 놀이동산에서 사용되는 카드 사용 액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영화관이 나홀로족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이후 관람료가 꾸준히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건 당 결제 액수가 1만5011원에서 1만4573원으로 줄어들은 것도 가족끼리 극장에 오기보다 나홀로 혹은 단둘이 영화를 즐기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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