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평소 ‘레종 블루’라는 비교적 순한 담배를 피웠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7) 씨는 지난 주말 작심삼일만에 금연에 실패했다.
김 씨는 올 들어 수입 담배 중 독한 축에 속하는 말보로 레드, 카멜 8㎎ 등만 골라 사고 있다. 김 씨는 “담배가 독한 만큼 한 번에 한 대를 다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절반만 피우고도 어느정도 만족하게 된다”고 했다. 담배 한 개비를 두 번에 걸쳐 꺾어 피우는 것이다. 김 씨는 “궁상맞고 구차하지만 다시 금연하기 전까지 비싼 담뱃값 견디는 나름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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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독한 담배를 위주로 사재기를 해놓은 사람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장모(34) 씨는 “결국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금연을 해야겠지만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어 독한 담배 위주로 몇 갑을 사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에 하나 담배를 끊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독한 담배를 피우면 평소의 절반으로 흡연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담뱃값은 지난해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담뱃값이 ‘금값’이 되면서 올 들어 담배를 알뜰히 피우는 버릇은 흡연자들의 불문율이 되고 있다. 대학생 이모(26) 씨는 “학교 안 재떨이만 보아도 이른바 장초는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한 개비가 200원을 훌쩍 넘게 된 만큼 흡연자들이 꽁초를 남기지 않고 끝까지 피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남은 담배꽁초를 주워 모아 흡연욕구를 달래는 저소득층 노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풍자 게시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돌아다니는 ‘담배를 아껴 피우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흡연자가 두 손가락으로 코를 막고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에는 ‘콧구멍을 막으면 연기가 덜 빠져나가 담배를 좀 더 오래 피울 수 있다’는 식의 웃지 못할 설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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