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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회항·주차장 모녀…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 왜?
가족이기주의·무한경쟁 확산
약자 배려하는 의식 사라져…노블리스 오블리주 문화 필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등 유난히 갑(甲)의 횡포가 절정에 달했던 2014년 갑오년이 지나고, 2015년 을미년의 막이 올랐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논란은 끊이지않고 있다. 이름대로 올해만큼은 을(乙)의 해가 되길 바라는 기대가 크지만,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백화점 모녀의 갑질 논란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을이 행복한 나라로 바뀌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백화점 경기도 부천시 중동점 지하 주차장에서 모녀 고객이 차량 이동을 요구한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을 30여분동안 무릎 꿇렸다는 글이 인터넷에 퍼져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지난 5일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모녀는 주차요원의 차량이동 요구에 불응했고, 이에 주차요원이 허공에 주먹질을 하자 자신들에 대한 모욕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초부터 시작된 갑질 논란은 올해에도 제2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갑의 횡포가 서슴없이 자행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이유로 ‘공동체 의식의 상실’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는 본래 공동체 중심의 농촌사회였다. 품앗이, 계 등 공동번영의 사회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점점 도시중심 사회로 변화되면서 개인주의 색채가 강해졌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연대감도 많이 퇴색됐다.

아울러 약자를 배려하는 의식도 사라지면서, 결국은 을이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갑자기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이동성이 높아지다 보니까 공동체란 것을 성숙시킬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기득권층의 자기중심적 심리ㆍ태도도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우리 사회는 단기간 내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돈과 힘이 집중된 고위층이 양산됐지만, 이런 사람들의 모범적인 행동인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문화 형성이 뒤따라주질 않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기득권자는 도덕에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지탄받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사회에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가족이기주의와 1등이 되기만을 부추기는 무한경쟁주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이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1등만 기억하는 업적 중심의 사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소 뻔하더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모든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갑도 될 수 있고 을도 될 수 있다”며 “문제는 타인의 갑질에 대해선 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정작 자신이 하는 건 갑질인줄도 모르는 모순적인 태도에 있다”고 꼬집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통해 우리 사회에 갑을 관계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경원ㆍ박혜림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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