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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합할부 갈등 2R...車 “폭리 수수료 내려라” vs 신용카드 “원가 높여 안 깎겠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새해 벽두부터 완성차업계가 신용카드 복합할부 문제로 시끄럽다. 완성차업체들은 터무니없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차 구입 고객전체가 받아야할 혜택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신용카드사들은 일반적인 신용결제와 똑같고, 일반 할부금융보다 고객혜택도 많은 데 수수료를 깎으려하느냐며 반대하는 모양새다.


지난 해말 KB카드는 1.85%이던 자동차 복합할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준인 1.5%로 낮췄다. 신용카드사의 위험감수 정도가 일반 체크카드와 비슷하니 서비스 수수료도 같은 수준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복할할부에서 신용카드사들은 차량구매계약 직후 완성차업체에 낸 차량대금을 할부금융사로부터 불과 이틀만에 돌려 받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도 이에 수긍하면서 대략 체크카드 수수료율 정도로 내리는 데서 타협하는 듯 했다.

그런데 BC카드와의 협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신용카드 업계가 새로운 전략을 내놓았다. 신용카드사가 완성차업체에 낸 차량대금을 할부금융사로부터 30일 이후에 돌려받는 방식이다. 차량대금 회수기간이 길어진만큼 위험감수비용이 높아진다는 게 핵심이다. 


원가가 낮아서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면, 원가를 높여서 수수료를 깎지 않겠다는 셈이다. 고객입장에서 할부이용 기간이 한 달 가량 줄어들어 그만큼 할부금융 이자를 아낄 수 있다는 명분도 달았다.

문제는 신용카드사의 실제 위험감수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느냐다. 고객이 얻는 이익은 할부금융사들이 한 달 치 이자를 포기하는 데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 한 달간 신용카드사의 위험감수 비용이다. 현재 카드사와 완성차업계간 실랑이를 벌이는 수수료 규모는 결제금액의 약 0.6%포인트 정도다. 2000만원짜리 차를 산다면 약 12만원 정도다. 한 달 동안의 비용이니 연리로 따지면 무려 7.2%다. 최근 대형 신용카드사들의 자금 조달비용은 연 3%대 미만(3년 만기 기준)이다. 또 할부금융업계 평균 1개월 이상 연체율은 3%대 초반, 고정이하채권비율은 4%대 초반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복합할부 고객들은 아주 작은 혜택을 보지만, 신용카드사들은 이를 빌미로 더 큰 이익을 거두는 데 있다”면서 “이처럼 왜곡된 차량금융상품 구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이는 경영부담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이번 복할할부 협상에서는 현대차가 ‘총대’를 메고 있지만, 가장 민감한 것은 완성차업체 소속이 아닌 영세한 규모의 독립딜러들이다. 현대ㆍ기아차는 그나마 비용부담을 감수한다고 하지만, 차량판매 대금의 1~2%포인트에 경영실적이 좌우되는 영세 딜러들의 경우 가맹점수수료 지출 부담은 엄청날 수 있다.


물론 신용카드사들의 논리도 있다. 복할할부를 취급하는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나 똑같은 공산품이고 이에대해 공평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자는 것”이라며 “현대ㆍ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 절대다수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할부금융시장도 현대캐피탈이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그나마 복할할부 상품으로 중소형 할부사들의 사업기회가 생기고, 일반 소비자들도 카드사용에 따른 혜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카드사들의 약점은 있다. 위험감수기간을 늘리면서 수수료율을 더 높이지 않는다면 그 동안 폭리를 취했음을 인정한 꼴이 될 수 있다.

한편 현대차는 2월 신한카드, 3월 삼성카드와 가맹점 계약이 종료된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은 가맹점 계약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져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삼성카드는 다수의 중소형 할부금융사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복할할부금융 시장 1위 업체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과 1위 삼성의 핵심 계열사간 치열한 논리공방이 예상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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