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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소득 3만弗시대’ 서민은 여전히 힘들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올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첫 진입.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14개월래 최저) . 올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 3.8%. 기준금리 사상최저(2.0%)’

2015년 표면상의 대한민국 거시경제 지표는 화려하지만, 서민들에겐 딴 나라 얘기다. 월급 오름폭이 턱없이 낮은 반면, 연초 담뱃값에 이은 각종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과 몇년전에 비해 껑충 올라버린 장바구니 물가에 한숨을 쉬어야하는 서민들로선 되레 박탈감만 더 커졌다.

아이들 학원비 부담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친’ 전셋값에 서민 생활은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있다.

올해 설 장바구니 물가가 1.8%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과일 등 내림폭이 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가격이 더 부담스러워졌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주부 장모(53) 씨는 5일 “몇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물가 오름세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팍팍한 살림 탓에 가급적 하루 2만원으로 다섯 식구의 하루 식사를 준비해왔지만 요샌 2만원도 빠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리당 5000원 남짓하던 고등어 값이 최근엔 잘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8000원까지 올랐다. 장씨는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은 점점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입을 모아 “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낮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0ㆍ여) 씨는 “뉴스나 신문에서야 물가 상승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실제 소비하는 입장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실제로 생활필수 물가는 크게 오른 상태다.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돼지고기와 쇠고기(국내산)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13.3%, 6.9%나 올랐다. 도시가스나 하수도료와 같은 공공요금도 각각 4.8%, 8.7%나 상승했다. 부모로선 줄이기 힘든 자녀 학원비도 3.5% 인상됐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담뱃값도 2000원이나 뛰어 서민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생 박모(23) 씨는 “이젠 1시간을 일해도 담배 한 갑 겨우 사게 됐다”며 “아르바이트비가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니 올라도 오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 임금은 5580원이다. 담배 한 갑을 사도 1080원밖에 남질 않는다. 이러다보니 박 씨 주변엔 주머니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기름값도 많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서민들에겐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이모(27ㆍ여) 씨는 “다른 동네는 1500원까지 내렸다고 하는데 우리 집 앞 주유소는 얼마 전까지 기름 값을 리터 당 2000원이나 받았다”면서 “최근에야 1700원대로 내렸지만, 여전히 월급쟁이 입장에선 선뜻 차를 끌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공요금의 줄인상도 예고돼 서민들의 시름은 더해질 전망이다. 부산과 대구 등 지자체 40여 곳이 내년부터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천시와 대구시는 도시철도 요금을 20% 정도 올릴 예정이다.

반면 샐러리맨들의 급여 인상률은 제자리걸음이다.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월급이 깎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5만8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고작 0.08% 증가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세령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사실 농산물가격의 경우 지난해보다 상당히 낮았고 유가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면서 “(서민들의) 기대보다 가격이 하락하질 않으니 여전히 물가가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팀장은 “그럼에도 체감 물가와 지표간의 괴리가 ‘이것 하나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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