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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불평등 해법’놓고 피케티-맨큐 맞짱…입장차만 확인
불평등 해소 위한 부유세 도입 놓고
경제학 거물 두 교수 양보없는 설전


한국의 보수·진보진영서도
성장이냐 분배냐 문제부터
종합부동산세까지
경제불평등 치열한 논쟁 중


‘소득불평등은 자본주의 발전을 위협하는 핵심모순인가, 아닌가.’

‘심화하는 소득불평등을 막기 위해 부유세를 도입해야 하나, 누진 소비세가 필요한가.’

전세계에 불고 있는 신자유주의 바람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의 해법을 두고 새해 벽두부터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정면 충돌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학술총회에서 진보적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43) 파리경제대(EHESS) 교수와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56) 미 하버드대 교수가 설전을 벌였다.

이번 논쟁은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최대 현안을 놓고 펼쳐진 것으로,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경제 및 세금 관련 정책은 물론 한국에서의 세제개편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과 경제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케티, 부유층은 재산 일부만 투자해도 富증가…글로벌 부유세 필요성 주장


▶피케티 vs 맨큐, 소득불평등의 해법은=이번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을 지낸 맨큐 교수였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를 앞선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r>g, So what?)’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발제를 통해 지난해 ‘21세기 자본’을 통해 소득불평등 논쟁을 불러일으킨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본수익률이란 부동산이나 투자자본을 통한 임대수익과 배당수익, 주식이나 채권의 투자이익 등으로, 피케티 교수는 3세기에 걸친 20여개국의 역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고도화하면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고 있음을 입증했다. 때문에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불평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자본주의의 핵심모순이며 글로벌 부유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맨큐 교수는 학술총회에서 “피케티 교수와 그의 저서를 존경하지만,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맨큐 교수는 “자본수익률이 성장률보다 클 경우 끝없는 불평등의 소용돌이에 이른다는 피케티 교수의 이론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서 실례로 “부자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있지만 후손이 부자로 남는 데 3가지 걸림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속자들은 상속 재산을 계속 소비한다는 점 ▷상속 과정에서 후손들에게 분산된다는 점 ▷유산과 자본수입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을 들어 부유층 재산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지적하고, 때문에 피케티 교수의 이론은 지나친 추정이라고 말했다.

맨큐 교수는 “불평등이 심화하려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적어도 7%포인트 이상 높아야 한다”며 피케티 교수의 부유세 주장을 반박했다. 대신 소비세 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삶의 수준을 대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케티 교수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의 불균형은 대부분 경제모델에서 사실로 나타난다”면서 “둘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부의 불평등 구조가 증폭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유층은 재산의 일부만 투자하더라도 부를 계속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본수익률과 성장률의 차이가 벌어지면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본수익률과 성장률의 차이가 1%포인트만 나도 장기적으로는 부유층의 자산 비중이 10%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맨큐 교수가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누진 소비세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누진 소비세를 도입해도 부의 세습 통로인 상속재산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릴 수 없기 때문에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부유세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맨큐, 상위 1% 富독식 경제기여 당연한 대가…소비세 인상 통해 富분배 강조


 ▶한국에서도 논쟁 진행 중=피케티와 맨큐 교수의 논쟁은 글로벌 경제의 이슈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최대 경제현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 대한 대처방으로 IMF(국제통화기금)가 제시한 자본자유화와 규제완화,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도입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돼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보수와 진보진영이 수없이 충돌해왔다.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에서부터 부유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보수진영에서는 성장을 위해선 경제적 불평등은 불가피하다며 경쟁촉진과 경제효율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불평등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만큼 불평등 해소와 분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부동산 투기와 이로 인한 불평등 확대 등에 대처하기 위해 도입됐던 종합부동산세는 이러한 논쟁이 현실에 적용된 사례였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개혁의 일환으로 의욕적으로 도입했지만 기득권층의 반발 등 심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으며,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말 일부 과세조항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피케티와 맨큐 교수의 논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극단으로 치닫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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