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지난해 전세대출 44% 급증... 은행 대출 증가 90%가 가계 대출
[헤럴드경제]지난해 전세대출이 44% 급증하면서 은행 대출 증가분의 90% 가량을 가계 부문 대출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담보나 보증 덕에 손실 위험이 없는 가계 대출에 치중하면서 전세대출, 주택대출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주요대출(주택담보·전세자금·신용·자영업자·대기업·중소기업대출) 총 잔액은 지난해 말 793조3000억원으로 2013년 말의 737조원보다 7.6%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3%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은행 대출 증가세가 한국경제 성장보다 훨씬 빠른 셈이다.

그중 전세자금 대출은 가장 급속히 증가했다. 2013년 말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6000억원으로 무려 43.9%가 늘어났다.

전세의 월세 전환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등으로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져 전세가 상승률(4.4%)이 매매가(2.4%)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수년 새 전세금이 많이 올라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본인 스스로 저축 등을 통해전세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전세금이 1억5000만원일 때 10% 올라가면 1500만원만 마련하면 되지만, 3억원일 때 10%는 3000만원에 달해 은행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 규모로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액이 가장 컸다.

2013년 말 27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99조8000억원으로 증가액이 무려 29조2000억원에 달했다. 증가율도 10.8%에 이른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가 완화됐기때문이다. 한국은행이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주택대출 급증의 주요 요인중 하나다.

더구나 10월 3조8000억원, 11월 3조8000억원, 12월 3조5000억원 등 최근 석 달새 증가액이 무려 11조원을 넘어 지난해 총 증가액의 40%에 육박했다.

주택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낮춰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부채는 결국 상환해야 하므로 심각한 소비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영업자대출도 주택담보대출 못지않은 급증세를 보였다. 2013년 말 12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1조5000억원으로 13조6000억원이나 늘어 증가율이 10.6%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10년부터 매년 10조원씩 늘었는데 지난해에는 증가액이 훨씬 커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로 지난해 50대 창업이 15%나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고작 4조3000억원에 머물렀다. 2013년 말 15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57조8000억원으로 늘어 증가율이 2.8%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강화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손실 위험이 적은 가계 대출만 크게 늘린 셈이다.

대기업대출은 2013년 말 9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0조4000억원으로 2.0% 늘어나 증가율이 중소기업대출에도 못 미쳤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이 1734%에 달할 정도로 대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

또한 은행들은 조금이라도 부실 징후가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극도로 꺼렸다. STX그룹,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의 대기업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은행들이 대출에 훨씬 신중해진 것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