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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2015년 미군기지 이전과 부동산, 그 긴밀한 상관관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2014년 10월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연합사의 용산 미군기지 잔류가 결정되면서 용산 일대 여론은 또 한 번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용산구 소재 한 빌딩주는 “정부가 용산에 왜 이렇게 가혹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용산역세권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용산을 한미연합사 잔류로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성토했습니다.
또 다른 용산구 거주 시민은 “용산은 한때 서울에서 최고 유망 지역으로 손꼽혔다가 몇 년 사이에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단시간에 지옥과 천당을 맛보게 됐다”며 “마치 드라마틱한 하룻밤 꿈을 꾼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용산구는 강남3구와 함께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서 여당의 강력한 지지 목소리를 낸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현재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이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스스로 용산역세권을 개발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정부가 스스로 용산 미군기지를 옮긴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이 일대 집값을 다 천정부지로 올려놓지 않았느냐. 그래놓고 이제와서 아무런 죄책감없이 뒤집어놓고 피해 책임은 각자에게 부담하는 게 사람이 할 도리냐”는 겁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원성도 터져나옵니다.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된 이들은 이제 정부 발표에 대해 신뢰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진의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가 잔류한다던데, 다른 꼼수가 더 있는 건 아냐? 용산 역세권 개발에 중국 부동산 그룹이 관심을 보인다던데 왜 재추진을 안하는 걸까” 하는 식입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야 토지주 코레일과 시행사 드림허브 측 간의 소송이 장기화되고 있어 차치하더라도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드높습니다. 올해부터 미군기지 이전이 가시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자연생태형 공원이 들어선다면 서울의 명소에서 더 나아가 국제적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들 사이에 충만해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 잔류에 따라 미군기지 이전 계획이 수정에 들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다른 뭔가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의심,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기도 합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미군기지 이전이 앞으로 더 연기될 수도 있고, 안 옮겨가는 미군부대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평택의 미군기지 조성 공사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미군 측에서 오히려 공사가 느리게 진행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지난 10월 한미연합사 잔류에 따른 논란이 일자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나서 “한미연합사 잔류 부지를 최소화할 것”이며,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대해 공원 조성 공사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입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에 따라 평택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수 년째 연기되면서 막대한 대출이자 등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롭게 조성되는 평택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 캠프 험프리스(K-6) 주변 상가주들의 기대감도 그 어느때보다 고조돼 있습니다. 팽성읍 상가번영회 회원들은 지난해 말 서울 용산 이태원을 방문해 평택 미군기지 일대 미래상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진 바 있습니다. 또한 단체로 평택 미군기지를 탐방하는 등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의욕적인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이전이 부분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2015년에는 용산과 평택 부동산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용산, 평택 부동산과 미군기지, 그 달콤쌉싸르한 상관관계. 과연 어떤 식으로 귀결될까요. soohan@heraldcorp.com

사진설명: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2015년을 맞아 용산, 평택 부동산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평택 송탄 미공군기지(K-55) 인근에 조성된 상업지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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