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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마역 정영주ㆍ박준면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유모인 마마역에 정영주와 박준면이 더블 캐스팅됐다. 뮤지컬 팬들은 이를 두고 ‘드림 캐스팅’이라고 불렀다.

두사람은 뮤지컬계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 배우라는 것 외에도 1994년 데뷔, 에이콤 뮤지컬 아카데미 출신, 기가 세보이지만 알고보면 여성스러운 성격 등 공통점이 많았다. 지난 1995년 뮤지컬 ‘명성왕후’ 이후 처음으로 같은 뮤지컬에서 만난 두사람을 지난 연말 충무아트홀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정영주 “전지현처럼 살 팔자는 아니잖아요”

“제작사에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이 ‘더블 캐스팅이 누구냐’였어요.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심사숙고하려 했는데 ‘박준면’이라는 말에 ‘네 알겠습니다’ 했죠. 20년전 ‘명성왕후’에서는 둘다 지나가는 아낙네 같은 역할을 했었는데 잘 성장해서 이렇게 만나니까 좋네요”

정영주(44)는 더블 캐스팅된 여배우들끼리 사이가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세련되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극중 마마는 스칼렛과 레트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하고, 흑인 노예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대모처럼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준면이는 음성도 그렇고 마마 그 자체예요. 연습할 때 준면이가 눈만 떠도 다들 뒤집어져요. 준면이가 물을 마시면 물 마시는 마마인 거예요”

후배 칭찬이 먼저였던 정영주는 실제 연습실에서도 후배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마마’ 역할을 하고 있다.

“타라 언덕에 선 스칼렛, 흑인 노예들이 목화를 따는 장면 등을 무대에서 표현하려다보니 앙상블(군무, 합창을 맡은 배우)들의 몸짓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앙상블들이 자기 자리를 못 찾고 헤매고 있었는데 그걸 해결해주니까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요. 그래서 연습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레트역의 주진모도 정영주를 막내 누나처럼 따르고 있다.

“드라마 배우들은 각자 자기의 밴에서 완벽하게 캐릭터를 연구해 와서 바로 상대 배우와 촬영하잖아요. 하지만 뮤지컬 배우들은 몇 달씩 같이 연습하고, 공연 당일 아침에 대사가 바뀌기도 해요. 주진모씨가 혼자서 삼일째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있었는데 손을 붙잡고 연출한테 데려가 대화로 풀기도 했죠”

정영주는 지난해 11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작발표회에서 가슴이 드러나는 파격적인 검은 드레스와 삭발 머리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직전에 출연한 작품인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 맹인 드라쎄역을 하느라 머리를 밀었다.

“놀라신 분도 있겠지만 저를 아는 사람들은 ‘오늘은 저렇게 입었네’라며 그냥 넘겼어요. 조정석씨가 저한테 붙여줬던 별명이 ‘매시(매일매일이 시상식)’예요”

‘프랑켄슈타인’ 공연 당시 조광화 연출은 정영주에게 중성적인 이미지를 요구했다. 원작에서 드라쎄는 백인 할아버지였다. 삭발 아이디어가 나오자 구소영 협력연출은 “아무리 그래도 여배우한테 어떻게 삭발을 시키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영주는 “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제가 긴머리를 살랑거리며 전지현처럼 살 팔자는 아니잖아요.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잘 한 건가’ 긴가민가했어요. 조광화 연출이 드레스 리허설하는 날 ‘니가 배우는 배우구나” 그러더라구요”

이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지만 실생활에서는 ‘천상여자’다. 뮤지컬 ‘고스트’에 출연할 때는 오다메역에 더블 캐스팅된 최정원을 위해 연습실 냉장고에 딸기 한팩과 “꼭 먹어”라는 메모를 남겨놨다. 제사 때 대구전 등 9종의 전을 부치는 종갓집 며느리에, 아들에게 드라마에 출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이기도 하다.

정영주는 워쇼스키 남매가 연출을 맡은 ‘센스8’로 얼마전 드라마에 데뷔했다.

“해외에서 들여온 뮤지컬 넘버(삽입곡)들을 영어로 많이 불러본 것이 영어 대사를 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드라마를 찍을 때 교포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예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길만한 또다른 캐릭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30대, 40대, 50대 여자 셋이 출연하는 소극장 뮤지컬을 준비할 계획이예요”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박준면 “제 스타일대로 진한 감성을 담아 들려드릴께요”

“마마는 악기로 치면 콘트라베이스나 더블베이스 같아요. 없어도 되는데 없으면 미치는 거죠. 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중후하게 받쳐주는 역할이예요”

지난 2013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떼나르디에 부인역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박준면(39)이 1년만에 뮤지컬 배우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자작곡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을 냈고, 드라마 출연 등으로 바쁜 한해를 보냈다.

“제작사에서 “마마는 당신이야”라고 하더군요. 프랑스 뮤지컬은 처음인데 트로트 같은 것도 있고 재미있어요. 프랑스 공연때 마마역을 맡은 흑인 여배우는 가성으로 불렀는데 저는 제 스타일대로 진한 감성을 담아 진성으로 부를 거예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흑인 노예장이 부르는 ‘인간은’이나 노예장과 마마가 부르는 ‘검다는 건’ 등 귀에 감기는 넘버가 많다. ‘인간은’의 경우 프랑스 앨범 차트에서 한달간 상위권에 머무르기도 했다.

“오랜만에 연습실에 오니까 너무 좋았어요. 드라마 촬영 때는 혼자 연습하잖아요. 반면 뮤지컬 연습실은 정이 넘치고 따뜻해요. 연습하면서 내 실수, 단점도 동료들에게 다 보여줘야 해요. 그런 것이 쌓인 다음에 마마의 옷을 입는 거죠”

박준면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4년 국립극장에서 연극 ‘노부인의 방문’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에이콤에서 만든 뮤지컬 ‘명성왕후’에서 신하3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실력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에이콤 뮤지컬 아카데미 출신 150명 중에서 1기 서영주, 2기 정영주, 3기 저 이렇게 셋만 뮤지컬 배우로 남아있어요. 처음에 정영주 언니를 봤을때 노래를 너무 멋있게 불러서 ‘도대체 누구야’라고 했었죠.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없는 최고의 보이스톤을 갖고 있어요”

정영주와 마찬가지로 바닥부터 천천히 올라온 박준면은 어느 순간 아이돌이 뮤지컬 주인공을 꿰차는 것을 보고 화가 나기도 했다. 20년간 늘 오디션을 보면서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다 “온전히 내가 주인공이 되자”는 생각에 지난해 자작곡 음반을 내기도 했다. 1년의 외도 끝에 그는 오는 9일부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무대가 나의 뿌리인데 등질 수 없죠. 아이돌이 없는 뮤지컬은 상상하기도 어려워졌지만 기존 뮤지컬 배우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볼 때는 아이돌에 대한 경계심도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현역 아이돌 서현씨와 일해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스칼렛역의 서현씨는 얼렁뚱땅하지 않아요. 주진모씨도 엄청 열심히 해요. 다들 감기에 걸려도 힘들게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경계심이 확 무너졌죠”

아이돌에 대한 생각 외에 바뀐 것이 하나 더 있다. 주변에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그렇게들 알고 있어”라고 공언했던 박준면은 올해 품절녀가 된다.

“지난해 음반 발매를 계기로 인터뷰를 했던 기자와 결혼을 하게 됐어요. 돈을 벌어서 2집도 내야하는데 행복하니까 이제 곡이 안 나오네요. 그래도 앞으로 음반을 계속 낼 생각입니다. 2월에 새 드라마 ‘블러드’도 하고, 뮤지컬 무대도 꾸준히 설 계획입니다”

ssj@heral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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