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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절망의 날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민음사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일본 젊은이들의 대다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일본의 고령화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고,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일본 내각부의 ‘국민 생활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20대의 70%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78%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50%대였다.

반면 “평소에 고민이나 불안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2010년 기준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1980년대에는 40%대였다.

저자는 행복하지만 불안하다는 일본 젊은이들의 ‘기묘한’ 감정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파고들었다. 결론은 젊은이들이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이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젊은이들은 “이뤄지지 않을 목표에 굳이 매달릴 필요 있느냐”는 사고방식을 지녀 ‘사토리(득도) 세대’라고도 불린다. 젊은이들은 단지 1박 2일 일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를 먹으러 지바에 가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젊은이들은 크게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거리를 다니는 젊은이들은 깔끔한 옷을 입었고, 손에는 값비싼 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있다.

회사의 정직원이나 비정규직이나 월급 차이도 그리 크지않다. 문제는 병에 걸리거나, 결혼을 할 때 등 목돈이 필요할 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에게 기대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20년, 30년 후면 결국 자신이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

저자는 이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일본이 조금씩 침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 장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은 남아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우리는 왠지 행복하고 왠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로 경각심을 주고 끝을 맺었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 판매량 15만부를 돌파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1985년생인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자신이 속한 젊은 세대의 현주소를 인터뷰 등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사회학 박사 오찬호씨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끔찍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절망적이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생존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하다. 따라서 여기에 일본 젊은이들이 갖게 된 푸념적 행복이 들어설 공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오박사는 “절망적인 상황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실에 만족하는 행복한 젊은이’조차 등장할 수 없다”며 “그나마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유토피아다. 부럽다”고 말했다.

취직만을 위해 달려가며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한국 젊은이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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