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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때 쓰던 ‘자치통감감목’ 59권 완질 중국 상하이에서 발견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재위 1418~1450)대 경연(經筵)에서 사용됐던 ‘자치통감감목(資治通鑑綱目)’ 완질(59권 59책)이 중국 상하이(上海) 도서관에서 발견됐다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3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상하이도서관 소장본은 1420년(세종 2)에 만들어진 동활자인 경자자(庚子字)로 간행한 ‘자치통감강목’으로, 조선에서 처음 간행된 판본인데다 동일한 인쇄본의 전래가 드문 귀중본(보물급 문화재)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자자본(庚子字本) ‘자치통감강목’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이 지난 10월 16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중국 상하이도서관 및 푸단(復旦) 대학도서관 소장 한국전적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국내의 경우, 국립중앙도서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호림박물관 등지에 경자자본 ‘자치통감강목’이 전하지만, 모두 1~2책 또는 5책만 남은 결본이다.


경자자본(庚子字本) ‘자치통감강목’은 중국 상하이도서관 소장본인 11항(行) 21자(字)본 계열 외에도 11항 22자본 계열 등 현재 2종이 전한다. 이와 관련, ‘세종실록’을 보면 1421년(세종 3) 3월 24일자에 세종이 주자소(鑄字所)에 술을 하사하며 “‘자치통감강목’을 인쇄하라 명하고, 집현전으로 하여금 잘못된 곳을 교정하게 하였는데, 경자년(1420년) 겨울부터 임인년(1422년) 겨울에 이르러 일을 끝냈다”는 기록이 전한다. 11항 21자본인 이 책이 인쇄된 시점은 1428년(세종 10) 이전으로 추정되는데, 국내에 낙질로 남은 책의 마지막권에 1428년에 변계량이 쓴 발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무엇보다 이번에 발견된 ‘자치통감강목’에 찍힌 인장(장서인)들을 통해, 세종 대 경연에서 사용되었다가 임진왜란(1592~1598) 때 일본군에 약탈당한 뒤 상하이도서관 소장 선본(善本·귀중본)이 되기까지 전적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을 떠돈 ‘자치통감강목’의 유랑의 역사에서 우리 문화재가 겪은 아픔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우선 대부분의 책에 날인된 ‘경연(經筵)’ 인장은 이번에 발견된 ‘자치통감강목’이 세종 대 경연 소장본이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책의 일부에는 ‘안평지기(安平之記)’와 ‘경화(景和)’란 인장이 날인되어 있는데, 이 장서인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재단은 덧붙였다. 


조선왕실의 경연 소장본이었던 이 책은 이후 청주한씨(淸州韓氏)와 남양홍씨(南陽洪氏) 집안에 소장되어 있다가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약탈돼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책에 날인된 ‘서원한씨(西原韓氏)’ ‘숙창희경(叔昌熙卿)’ 및 ‘남양후학홍섬퇴지장(南陽後學洪暹退之章)’이란 인장을 통해, 청주한씨 한숙창(1478~1537)과 남양홍씨 홍섬(1504~1585) 등이 경자자본 ‘자치통감강목’을 소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한숙창은 소혜왕후(인수대비)의 아버지기이기도 한 좌의정 한확(韓確, 1403~1456)의 증손자이다. 한확은 세조의 집권을 도와 정난공신과 좌익공신 1등에 책봉되기도 하였다. 또 선조 대 영의정을 지낸 홍섬은 바로 한숙창의 장남인 참판 한자(韓慈)의 사위다. 인장에 나오는 ‘희경’과 ‘퇴지’는 각각 한숙창과 홍섬의 자이다. 


조선왕실의 경연도서였던 이 책은 경연에서 유출되어 청주한씨(한숙창)와 남양홍씨(홍섬)를 거쳐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유출됐다. 이는 ‘비요문고(尾陽文庫)’로 날인된 장서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비요(尾陽)은 나고야(名古屋)를 뜻하는 옛 명칭이며, ‘비요문고’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2~1616)의 아들로 오와리(尾張·나고야)의 초대 번주였던 도쿠가와 요시나오(德川義直, 1601~1650)가 소장했던 장서에 주로 날인되었던 인장이다.

그 후 이 책은 중국의 저명한 장서가인 쉬수(徐恕, 1890~1959)에 의해 소장되었다. 경자자본 ‘자치통감강목’에서는 그의 장서인인 ‘악저서씨장본(鄂渚徐氏藏本)’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 있던 전적이 중국으로 전래된 경위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재단은 전했다. 다만 일본에서 유학했던 쉬수는 10만여 책을 수집, 소장하였고 사망 후, 대부분의 책을 국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위원인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전공 교수는 “상하이도서관에서 발견된 ‘자치통감강목’은 보존상태가 양호한데다 59권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초기 금속활자인쇄술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며 “이 책의 발견으로 조선 초기 서적간행, 서적의 유입과 장서 등에 새로운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승운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원장은 “이 전적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완질이 갖추어져 국가문화재급의 귀중도서라 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상하이도서관 조사에서는 ‘자치통감강목’ 외에도 1455년(세조 1) 을해자본(乙亥字本)으로 간행된 ‘문산선생별집(文山先生別集)’과 16세기에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문선(文選)’ 32책, ‘분류보주이태백시(分類補註李太白詩)’ 16책 등이 확인되었다. 이 전적들 역시 인쇄본이 매우 드문 편이다. 부록 1책만 남은 ‘문산선생별집’은 남송 최후의 재상으로 원나라에 대항하다 순절한 문천상(文天祥, 1236~1282)의 문집인 ‘문산선생문집’의 별집이다. 문산은 중국에서 충절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문천상의 호이다.

재단은 상하이도서관과 푸단대학교도서관에서 각각 188종, 1344책과 64종, 424책 등 총 252종, 1768책의 한국전적을 조사했다. 특히 상하이도서관 한국전적 가운데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다양한 금속활자본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재단은 상하이도서관과 푸단대학도서관 소장 전적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보완연구를 진행하여 2015년에 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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