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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헤럴드 트렌드 리포트 ③] “나 혼자 산다”…그래서?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당신은 지금 누구와 살고 있나요? 혹시 혼자 살고 있지 않습니까?

1인 가구 470만 시대. 예전에는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살았지만 지금은 혼자 산다는 것은 더 이상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일이 아니다.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0년 15.5%에 그쳤던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급증했으며 2015년에는 25%를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4인 가구 비율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에는 34.3%로 2인 가구(34%)와 함께 대한민국 가구 구성원의 일반적인중심 형태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 소비측면에서도 1인 가구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1인 가구에서 1년에 소비하는 규모가 무려 50조원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들의 소비패턴에 주목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시대의 본격화로 인해 건강, 보안, 여가 등 싱글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업들이 큰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골드미스 배경민(40)씨는 “혼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아가 상품을 직접 쇼핑하기 보다는 주로 인터넷모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다”며 “쇼핑하는 시간을 아껴 자기 계발이나 여행, 취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넘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알봉족’시대 성큼=‘솔로 이코노미’, ‘싱글 슈머(Single+Consumer)’ 등 새로운 경제용어를 만들어 낼 만큼 1인 가구는 몇 년새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소비액은 연간 50조원을 형성할 만큼 엄청나게 커졌다.

1인 가구는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낌없고 씀씀이도 비교적 큰 편이다. 이같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작고 실속있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의 경우 크기는 작으면서 소재와 디자인은 더욱 고급스러워지고, 기존 제품대비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프리미엄-미니(Premium-mini) 제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인용 미니세탁기나 벽걸이 드럼세탁기는 물론 보온 밥솥부터 오븐, 정수기,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또 식품업계에서는 1인 가구를 지칭하는 ‘알봉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이들을 겨냥한 미니 마케팅 역시 활발하다. ‘알봉족’이란 과일을 세는 단위인 ‘알’과 시리얼 등 가공식품을 담는 단위인 ‘봉’이 합쳐진 말로 낱개 포장된 식료품을 애용하는 소비층을 지칭한다.

백화점에서는 채소위주였던 소포장, 개별포장 상품을 과일 코너까지 확대 운영중이다. 식품회사들도 각자 1인분 정량에 맞춰 조리하기 쉬운 제품들을 내놓는 추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상품의 포장, 용량, 판매채널 등에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장기적인 불황여파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 탈피에 대한 욕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온라인몰에서도 소포장, 간편식, 소형 등 1인 가구를 위한 키워드 제품이 점차 활발하게 출시중이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새동반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뜬다=1인 가구를 위한 식품이나 가전 외에도 매달 꼭 사야 하는 생필품이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여유있게 물건 고르는 시간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같은 연말연시 각종 송년회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생필품을 쇼핑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가 있다. 바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다. 매일 출시되는 신제품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사야 할지 결정하는 수고도 덜 수 있고, 정기적인 배송이 이루어지는 덕분에 같은 물품을 반복 구매할 필요도 없다.

아울러 여러 제품이 어우러진 상자 형태로 배송돼 개별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같은 잇점 때문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1인 가구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이나 생리대부터 남성 와이셔츠와 넥타이, 팬티나 양말까지 정기배송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생필품을 넘어서 출장 세차나 가사도우미, 생수, 스낵배달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한단계 발전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는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고 적은 양을 잦은 빈도로 구매하는데, 특히 1∼2인 가구의 월평균 1인당 소비지출은 3∼4인 가구보다 높은 편”이라며 “현재 1인 가구의 성장은 소매 유통 시장내 구매행동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가구는 소품이다!”…‘패스트 리빙시대’ 활짝=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구와 패션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최근 저렴한 비용으로 유행과 계절에 따라 가구, 침구 등 리빙 아이템을 바꾸는 ‘패스트 리빙(Fast Living)’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음식으로 출발한 ‘빨리빨리’ 바람은 의류로 넘어 가구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생활용품 분야는 패스트패션 시장처럼 외국과 토종업체간 대결 구도가 재현될 조짐도 뚜렷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의류를 햄버거처럼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이 등장했다. 유행을 반영해 즉각 의류를 선보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회사는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미국의 갭, 일본의 유니클로 등이다.

또 가구도 유행이나 분위기에 따라 바꾸는 ‘패스트’ 바람이 한창이다.

실제로 최근 지방으로 회사가 이전한 솔로남 이대건(31) 씨. 지방으로 이사할 때 옷 몇 가지와 생활용품만 가지고 단촐하게 이사를 했다. 간편한 가구와 가전을 구입했기 때문에 미련없이 버리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예전에는 한 번 사면 10년은 써야한다며 비싼 물건을 고집하던 부모님 세대의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대건 씨는 “가구는 패스트 패션과 같다. 늘 새로운 환경에서 소액으로 즐기는 기쁨이다”며 “가구도 유행이나 기분에 따라 바꾸는 인테리어 소품의 일종이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한국 상륙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한국의 가족구조 변화에 따라 이동형 조립식 가구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한국의 가구산업도 패스트 가구산업으로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월수입에서 소비와 저축이 자유로운 월가처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인 가구가 32.9%로 3~4인 가구의 17.2%에 비해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면에서도 1인 가구의 월가처분 소득이 80만5000원으로 3~4인 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아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소비 여력이 큰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들의 연령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특성을 세부적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ㆍ서비스 개발 노력 등을 통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시장구조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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