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리보는 2015 사회]구멍 뚫린 복지ㆍ경비원 대량해고…벼랑 끝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 보듬기 숙제로
-청양의 해 맞아 모든 아픔 잊혀졌으면…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송파구 세 모녀의 죽음, 강남구 아파트 경비원 분신, 그리고 이른바 ‘땅콩 리턴(회항)’….

지난 갑오년은 사회적 약자와 ‘을(乙)’들에게 유독 혹독했던 한 해였다.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조차도 받을 수 없었던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사회적 안전망의 커다란 구멍을 노출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대량해고 위험에 놓인 경비원들의 현실은 2015년 새해에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따라 ‘공정 사회’를 위한 ‘을들의 반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것은 청양의 해를 맞이해 지난해의 대형사건과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 벼랑끝에 몰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시민들은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2015년의 사회적 진화가 아닐까. 말 많고 파장이 대단했던 지난해 대형 이슈를 되돌아보며 올 한해의 반면교사를 삼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송파 세모녀 자살=서울 송파구 세 모녀의 죽음은 지난해 새해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 국민들을 비탄과 분노에 빠트렸다. 지난해 2월27일 석촌동의 한 지하주택에 살던 박모(60ㆍ여) 씨와 그의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함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쓰인 메모가 발견됐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던 박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달 전 쯤 빙판길에 미끄러져 팔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암으로 숨진 아버지가 남긴 빚은 두 딸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세 모녀의 죽음은 이 땅의 사회적 약자가 처한 현실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극단적 선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치권의 반성이 무색하도록 가난한 이들은 내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사회시민단체들은 그 개정안이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생계비를 조금만 넘어도 급여 박탈이 일어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개별급여’가 도입됐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비수급빈곤층에게 가장 절실한 급여인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이 높아지지 않거나 되레 떨어졌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땅콩 회항’ 그리고 을들의 반란?= ‘갑의 횡포’도 여전했다.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킨 ‘땅콩 리턴’은 대표적 ‘갑질’ 사건으로 손꼽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비행기를 돌려세우며 하기를 요구한 승무원과 사무장이 겪었을 수모는 ‘을’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잡지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라면 상무’, 탑승 시각을 놓치자 항공사 용역직원의 뺨을 신문지로 때린 ‘신문지 회장’에 이어 ‘땅콩 회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갑의 횡포가 새해엔 반복되지 않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갑의 횡포에 따른 을의 무력감과 패배감이 회자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있는 자’들의 갑질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근본 치유책 없이 응급처치에 그친다면 을의 반란은 올 한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비원 분신=입주민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분신을 시도한 50대 경비원의 죽음도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서울 강남구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이모(53) 씨는 지난해 10월7일 분신을 기도해 한달 만에 숨지고 말았다. 이 씨는 주민들의 폭언과 인격모독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비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되레 경비원들은 해고 걱정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최저임금 100% 적용에 따른 임금인상 여파로 연말연시 전후로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 약 2만여명 해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당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조합원 3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내년에 경비인력 감원 계획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감원 계획이 부결된 곳은 13.7%, 감원 계획이 확정된 곳은 7.5%였다.

경비원을 줄이기로 한 아파트의 평균 세대수는 993.9세대, 경비원 수는 12.9명으로 이 가운데 경비원을 평균 2.9명 감축하기로 해 평균 감원비율이 32.5%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전체 아파트 경비원 수인 18만명에 감원 확정ㆍ부결 비율과 평균 감원비율을 반영하면 연말 전후로 아파트 경비원이 모두 2만여명가량 해고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사안은 올 한해에도 메가톤급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권호 민주노총 미조직ㆍ비정규전략본부 실장은 “아파트 경비관리를 직영으로 하면 위탁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경비원 급여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다”며 “직영 전환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