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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해외진출, 大기업을 교두보로 삼아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수년째 걸음마 수준에서 벗지 못하고 있는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도약을 위해 우리 수출기업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규제, 문화 등의 장벽으로 현지화의 애를 먹게 되는 은행들이 이미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업들을 활용해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받는 대신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협력적 윈윈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출 대기업과 연계한 은행 해외진출 전략’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들이 글로벌 각지에 분포돼 있는 해외 메이저 은행들에 비해 경험, 실적, 네트워크, 금융기법, 자금력 등에서 절대적인 열위에 있을 뿐더러 자국의 규제보호를 받고 있는 현지 로컬은행에 비해서도 불리한 실정”이라며 “따라서 해외진출의 매개체로 이미 글로벌화 돼 있는 국내 수출 대기업과 연계해 해외진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수출 대기업들은 1990년 이후부터 해외 조직을 짜임새 있는 규모로 변모시켜 왔고, 지역센터를 통해 제조 및 영업활동과 자원배분을 총괄하도록 하는 한편 독립채산제(본사와의 재정분리 경영제도)도 정착시켜왔다. 은행들은 이런 기업들에게 해외에서 신속한 자금관리체제를 구축해 줌으로써 외국환 수급지원과 재무전략 설계, 유휴자금 운용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대신 은행들은 대기업과의 관계금융을 증진시켜 나가면서 안정적으로 둥지를 튼 뒤 현지 기업들과도 거래를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그림이다.

박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은행에) 관련된 수출입 거래 기업을 등록할 경우 비용절감과 무역거래의 자금 공백기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은행은 수익기반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관계금융이 증진되는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해외진출 전략의 일관성이 확보돼야 하고, 감독당국의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스페인의 산탄데르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관된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실적이 축적돼야 한다”며 “동시에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금융 비지니스 창출을 저해하는 칸막이식 규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수출기업과 교민 중심의 영업 등 비교적 단순한 사업구조로 몇년째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총자산 중 해외비중은 4.4%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상반기 기준 국내은행 해외점포 80곳을 대상으로 현지화 지표를 평가한 결과 평가등급은 2등급을 유지했다. 금감원은 현지화 지표가 소폭 개선됐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으로 중장기적으로 현지화 제고, 글로벌 업무역량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이 해외점포를 운영해 거둔 상반기 당기 순이익이 3억7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STX 부실 등으로 충당금을 쌓느라 부진했던 실적이 2년만에 회복된 것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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