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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헤럴드 트렌드 리포트 ②] 오프라인의 역습…옴니채널, 벽을 허물다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업계에 따르면 모 유명 백화점은 내년부터 지하철 역사에 무인 픽업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혹은 모바일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품을 퇴근길에 손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동네 편의점에 이어 이번엔 지하철 역사마저 ‘크로스오버 쇼퍼’들의 안방이 되는 것이다. 편의점이 은행도 되고, 우체국이 된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쇼핑마저 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며 진화하는 셈이다.

경계는 진작에 허물어졌다. 백화점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백화점도, 홈쇼핑도, 그렇다고 온라인 쇼핑몰도 아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유통 채널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쇼핑한다. 이미 가격 결정권은 제조업자에, 유통업체에 있지 않다. ‘정보’를 손에 움켜쥔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더 싼 곳’을 찾아 다니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쇼핑의 편의성을 따진다.

2014년 한국 소비지형에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한 옴니채널(omni-channel)은 단순히 온라인에 대한 오프라인의 반격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자사 채널(물론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하고)에 붙들어 매냐의 문제로 진화할 전망이다. 다만 임대 구조의 한국형 백화점 모델에서 옴니채널이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옴니채널이 아니면 죽음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을 통합해 고객의 소비 편의성을 높여 경쟁력을 선점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한국 소비사회에 ‘대형 쓰나미’로 몰려온 직구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면, 옴니채널은 ‘쇼핑의 편의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직구와 함께 한국 소비지형 판도를 바꿀 전망이라는 애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내내 그룹 화두로 ‘옴니채널’을 꺼내들면서 “옴니채널은 곧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2015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롯데쇼핑에서 옴니채널TFT를 담당했던 정경문 이사를 상무로 승진 발령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롯데뿐만 아니다. 국내 주식부호 3위에 오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연초부터 옴니채널 전략을 강조해오긴 마찬가지다. 유통을 넘어 화장품 까지 소비와 직결된 모든 업태들이 하나같이 ‘돌격! 옴니채널’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오프라인 시대를 넘어 온라인에 이어 특히 모바일 세대로 바뀌면서 채널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은 더욱 많아질 수 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온라인 등 하나의 유통 채널만 고집하지 않는다. 즉 오프라인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과 역(Reverse)쇼루밍을 자유자재로 즐기는 크로스오버(crossover) 쇼퍼가 대세가 된 것.

소비자패널 기반 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이 전국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쇼핑스타일을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의 67%가 크로스오버 쇼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가 온라인, 모바일 구매에 익숙하고 중장년층은 오프라인 구매를 주로 한다고 하지만 젊은이들도 체험형 소비를 즐기고 흰머리가 듬성등성한 부장님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싸게 사는 ‘호갱’이 아닌 것이다.

▶갈 길 먼 옴니채널 전략, 어디까지 왔나=올해 불붙기 시작한 옴니채널 전략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뜩이나 움츠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필수대책이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온ㆍ오프라인 채널을 융합한 옴니채널 등 소비트렌드 변화에 업계가 적극 대처해야 국내 소비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그룹 전사적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옴니채널 관련 연구센터 역할을 할 ‘롯데 이노베이션 랩’도 설립된다. 이미 롯데닷컴과 연계해 백화점에 픽업데스크를 설치했으며 블루투스 근거리 통신기술인 ‘비콘(Beacon)’을 활용한 위치 기반 모바일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 들어서면서 롯데마트몰 앱을 실행해 월드쿠폰을 클릭하면, 고객 쇼핑 동선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할인 쿠폰이 자동제공되는 방식이다. 


신세계는 지난 1월부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온라인 몰을 통합한 SSG닷컴을 만들고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등 쇼핑 채널 간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옴니채널 구축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스마트폰 앱은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 안내를 제공하고 있으며, 편의점 GS25와 세븐일레븐도 비콘서비스를 하고있다.

한편 채널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온라인 업체들도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취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체험형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올해 팝업스토어를 수차례 열었고, 인터파크는 18년 동안 온라인쇼핑몰만 운영해왔지만 이달 장난감 전문 매장 아이토이즈를 온ㆍ오프라인에 연달아 열었다.

옴니채널의 최종 목표는 무엇보다 고객의 합리적이고 편리한 쇼핑경험이다.

미국 종합쇼핑몰 아마존은 대시(Dash)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작은 바코드 스캔 기기인 대시를 물건의 바코드에 갖다 대기만 해도 자신의 아마존 계정과 연동돼 자동구매 및 결제가 이뤄진다. 음성명령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주 구매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집에서 스캔 한번으로 살 수 있는 편리한 소비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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