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은행 금리의 꼼수…시중예금 절반이 2% 턱걸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시중에 출시된 정기예금 상품 중 절반이 2% 턱걸이 수준의 이자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론 1%대 이자와 큰 차이가 없지만 2%대 금리라는 선전 효과를 잃지 않으려는 은행들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고시된 17개 국내은행의 35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중 19개가 수신금리 연 2.00~2.15%이다.

KB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 IBK기업은행의 ‘친(親)서민섬김통장’,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 등 총 8개 상품이 2.00%의 이자를 주고 있다.


경남은행의 ‘월복리솔솔정기예금’ 등 3개는 2.05%를 기록했고,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 등 4개와 한국SC(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홈앤세이브예금’ 등 4개가 각각 2.10%, 2.15%의 금리를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예금통장’이 은행연합회에 고시된 정기예금 중 최고금리를 주고 있는데, 연 2.50%밖에 되지 않는다.

은행들이 이처럼 어떻게든 금리를 2%대에 걸쳐놓는 이유는 1%대로 내려가면 이자수익 기대감을 현저히 떨어뜨려 가입률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같은 상품이라도 10원 차이지만 990원짜리와 1000원짜리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1%대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선 거의 이자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그래서 웬만하면 2%대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超)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1%대 상품의 비중도 높아졌다. 35개 중 8개가 1%대 예금이다. 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1.99%)’, 전북은행의 ‘정기예금(1.60%)’,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1.60%)’, 광주은행의 ‘플러스다모아예금(1.85%)’ 등이다.


한국은행의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7개 국내 은행이 10월 현재 출시한 정기예금 상품 중 12.4%가 2.0% 미만의 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예금은행의 금리수준별 수신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대 예금 비중은 지난 9월 6.9%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배로 껑충 뛰면서 한달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 이상 3% 미만’의 예금 비중은 10월 현재 87.5%다. 이로써 1~2%대 예금이 전체의 99.9%를 차지하게 됐다.

최근의 예금금리 하락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한은이 8월과 10월 두 차례 완화적 통화정책을 결정함에 따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연 2.00%)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에 맞춰 수신금리도 내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은행들로선 굳이 높은 금리를 쳐주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저축 의욕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4.5%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정점(24.7%)을 찍었던 저축률은 2001년부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