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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흥행은 간절함이 전달 될 때 이뤄진다"
영화 '국제시장'이 지난 17일 개봉 후 무서운 기세로 흥행질주 중이다.

12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은 지난 25일 전국 54만 277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지난 17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수는 2855만 5682명이다. 8일 째 100만 돌파에 성공하더니 300만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국제시장'의 흥행 돌풍 중심에는 윤제균 감독이 있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로 진심을 담아 세세하게 신경을 쏟아 영화를 연출했고, 그의 마음은 관객들에게 이심전심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는 덕수의 어린시절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부터 시작한다. 6.25전쟁, 흥남철수, 어려웠던 경제로 인해 많이들 떠났던 서독 탄광촌, 이산가족 찾기 등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에피소드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한 탓인지 지금은 그러한 흔적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제균 감독은 현실감 있게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고증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기술적으로 고증이 제일 어려웠어요.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많이 살아계신데 그 시대의 장소는 다 사라져버려서 찍을 곳이 없었어요. 아직도 살아계신 분들이 있는데 대충 재현하면 안되잖아요. 최대한 그 시대를 반영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국제시장'은 어려웠던 그 시대를 반영함과 동시에 그 시대를 가족들을 위해 살아내야했던 아버지의 일대기를 담는다. 40대 이상은 영화를 보며 향수를 느끼고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은 가족들을 위해 사는 자신들의 아버지와, 교과서와 미디어로 배운 그 시대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국제시장'은 그렇게 스미듯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신파라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과 소통한 결과다.

"뻔한 걸 잘 만들어야 대작이 된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신파라고 생각하면 신파죠. 일부러 신파를 의도하고 물으셨냐고 물으면 감독입장에서는 절대로 아닙니다. 요즘 관객수준이 얼마나 높은데요. 울리겠다고 작전써서 울리면 그건 진짜 천재죠. 제가 생각할 때는 공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상황에 관객이 공감을 하니까 대부분 많이 슬퍼하셨던 것 같아요."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흥남철수 때 잃어버린 여동생 막순을 찾기 위해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나가는 장면은 기자 개인적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겠지만 실감나는 세트, 덕수와 어른 막순이 33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참을 수 있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윤제균 감독 역시 그 장면의 생생함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 7대를 동원해 실제 이산가족 찾기 당시처럼 이원생중계로 촬영을 했다. 또 황정민과 초이 스텔라킴이 서로 보지 못하게 007작전을 썻다고 한다.

"30대들만해도 그 장면을 어디선가 봤고 알아요. 10대 20대들은 잘 몰라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한 두 컷 몽타주로 그린다면 이해시킬 수가 없죠. 젊은 친구들이 이원생중계를 통해 가족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걸 잘 모르니까요. 북한 사람들이 한국와서 이산가족 상봉하는 건 봤을꺼예요. 이원생중계는 생소하죠. 설명을 충분히 해줘야 젊은 친구들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미국으로 입양된 어른 막순 역을 맡은 초이 스텔라 킴은 국내에서는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는 실제 재미교포 배우다. 윤 감독은 초이 스텔라 킴의 캐스팅 과정과 촬영 비하인드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국제시장'의 모든 배우들 중 가장 캐스팅하기 힘들었고 공을 들인 사람이 어른 막순 역의 초이 스텔라 킴입니다. 잘하는 배우를 써도 되는데 전 일반 한국영화에 안나왔던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그리고 실제 재미교포였으면 했고요. 이 조건들을 미국 에이전시에 이야기해서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았죠. 미국 교포사회부터 시작해 미국 전역에 인터넷에 공개 오디션 광고를 냈어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디션에 참고했고 실제 입양아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디션 후 제일 적합한 후보의 배우가 알고보니 중국인이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해 엄해서 오디션 볼 때 국적을 기입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조감독이 유튜브 보다가 초이 스텔라 킴 영상을 찾았어요. 영상을 보는데 시트콤 같은 코미디를 하는데도 얼굴이 슬프고, 연민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연락해서 오디션을 보러오라고 했죠. 역시나 느낌이 딱 왔어요. 사연 많아보이는 얼굴을 원했는데 적격이었어요."

"초반부터 흥남철수에서 오빠와 동생이 헤어지는 장면이 쎄잖아요. 그 장면보다 더 먹먹하고 슬퍼야하는데 황정민 씨가 연기 잘하는건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정민 씨가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어른 막순이 못받쳐주면 의미가 없엉. 그래서 그 장면 찍을 때 공을 많이 들었어요. 카메라도 7대를 썼어요. 촬영도 실제 이원생중계처럼 진행했고요. 두 사람은 서로 얼굴도 안보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나는 사람들인데 그 감정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구석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이 얼굴 한 번도 못보게 했어요. 그리고 초이 스텔라 킴에게 처음부터 울지 말라고 '여기 운동장 아니다, 놀러 온 거 아니다'란 말이 나올 때까지 절대 울면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어요. 서로 보자마자 울면 그야말로 신파잖아요. 촬영하면서 주먹을 꽉 쥐고 울음을 참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국제시장'에 정치 이야기가 빠져 있다고 윤제균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경제, 사회, 문화가 다 담겨있지만 정치적 장치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순수한 의도로 제작된 영화기 때문에 때문에 정치적인 부분은 넣지 않았다. 그런 과정들을 설명하며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일부 몇몇 분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며 '왜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하면서 정치, 사회, 역사적 이야기를 빼놧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역사를 다룬다면서 역사적인 시각을 거세했다고요. 저는 '국제시장' 을 영화를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영화입니다. 나를 위해서 또 내 여동생, 어머니를 위해 평생 고생한 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아버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영화예요. 내 개인사의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거죠. 민주화 이야기를 하고 정치,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영화를 이렇게 만들지도 않았어요.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겠죠. 소재로도 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정치,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본거니 관객들도 마음을 열고 보면 인물도 보이고 그 당시의 사회도 보이고 여러가지가 보일거예요. 정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제가 이 영화에서 전하려는 그 어떤 것도 안보일 것 같습니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는 덕수의 곁을 맴도는 나비가 등장한다. 이 나비의 등장은 '국제시장' 관계자들의 반대에도 윤 감독의 고집으로 들어간 장면이다. 나비가 들어가야 했던 이유와 나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비를 넣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반대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넣은 이유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비의 시선을 바라보면 슬프고 짠해요. 저는 나비를 아버지의 영혼으로 봤어요. 나비가 영혼을 상징하는 곤충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가 결국 '꽃분이네' 왔는데 아들은 없었죠. 결국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서 덕수 집에 왔는데 노인이 되서 앉아있잖아요. 와이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날아갈 때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날라갔을 것 같아요. 처음 보시는 분들은 나비가 뭔지 이해를 잘 못하실 수도 있어요. 곰곰히 생각하보면 결국 백발이 된 아들을 찾아간 아버지의 영혼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실거예요.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언제 어디서든 나를 보고 계신다고 믿고 있어요. 감독으로 나비를 꼭 넣고 싶은 이유가 있었죠. 빼기싫어서 우겨서 넣었어요."

'국제시장'의 흥행의 큰 몫을 하고 있는 건 극을 이끌어가는 황정민과 김윤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다. 두 사람은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철저하게 '덕수'와 '영자'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런 결과를 미리 예견한 윤제균 감독에게 두 사람을 캐스팅 해야하는 이유였다.

"연기파 배우분들은 다 후보가 될 수 있었죠. 그런데 첫 번째로 진정성이 우선이었어요. 정민씨와 제작자와 배우로 만난건 '댄싱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었어요. 사석에서 만나보니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부분은 스크린에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국제시장'을 기획한진 오래됐어요. 그 와중에 정민 씨를 만날 때마다 운명처럼 다가온다고 해야하나요? 그런걸 느꼈어요. 다른 배우들도 만나봤지만 정민 씨가 계속 떠나지 않더라고요. 제겐 운명같은 배우죠."

"영자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덕수만큼이나, 아니 덕수보다 더 스펙트럼이 넓어야 해요. 감정적으로 뱉어버리는 신이 독일 관리자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과 베트남서 다리다쳐서 온 남편에게 악다구니 치는 두 장면이 있어요. 그 악다구니를 보면서 관객이 감정이입이 되야해요. 독일 관리자한테 이야기하는 신은 모든 걸 영자에게 걸어야해요. 제겐 너무나 중요한 두 신이었어요. 감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신이 아닌 배우게 모든 걸 맡겨야 하는 신이니까요. 저는 김윤진 씨가 울면 슬프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김윤진 씨가 눈물을 흘리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과 깊이가 있어요. 그걸 다른 김윤진 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요?"

'국제시장'은 거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감독은 흥행의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정성과 간절함이라고 전했다.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는 의도로 시작된 '국제시장'에는 그 요소들이 가장 잘 담은 작품이다.

"올해 가장 잘 된 영화 '명량'이 잘 된 가장 큰 이유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감독, 배우분들의 진정성,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됐기 때문이죠. 흥행은 신 만이 아세요.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관객은 진심으로 만들었는지 의도가 불순한지 귀신같이 알아채요. 그게 보이는 순간 대중은 냉정하게 돌아서죠. 잘된 영화들을 보면 제작사든 투자사든 간절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많아요. 절박함과 진정성, 간절함이 영화에 드러나죠."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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