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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을미년 신년사 발표, “원융회통의 새해가 되길”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4일 을미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자승 스님은 신년사에서 “국민여러분의 삶이 청양(靑羊)처럼 늘 조화롭고 행복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사회가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딛고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모두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그러나 “남과 북은 대결과 갈등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부처님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신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 비추어도 울림이 큰 가르침” 이라며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가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종단도 “공론의 장을 열어 놓고,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점을 함께 찾아가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장을 펼칠 것이라며 “서로의 뜻이 모이면 문수의 지혜가 나온다는 말씀을 의지”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원융회통의 새아침을 함께 열어갑시다

을미년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올해는 온순한 청양(靑羊)의 해입니다. 양은 이해심이 뛰어나고 화합을 잘하기 때문에 무리지어 살아도 다툼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삶이 청양처럼 늘 조화롭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새해는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 동안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딛고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모두 세계가 놀랄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강렬한 빛만큼이나 어둠의 그늘도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경제 대국에 걸맞는 제도와 문화, 그리로 이를 엮어내는 우리의 마음들은 아직 부족하기만 합니다. 남과 북은 대결과 갈등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정전 60주년을 지나오며 평화의 전환점을 기대했으나, 긴장 해소는 아직 큰 걸음을 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불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우리가 70년 전 해방의 기쁨을 맞이했을 때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요? 민족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갈리어 서로를 겨누어 감시하고, 사회는 이념 계층, 종교, 지역, 세대가 편을 갈라 다투고 맞서는 나라를 꿈꾸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많은 사람들이 자주 모여서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 윗사람 아랫사람이 서로 화목하여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나라를 가장 이상적인 나라라 하셨습니다.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는 강성한 국가라 하셨습니다. 부처님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신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 비추어도 울림이 큰 가르침입니다.

국민 여러분, 불자 여러분!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풀기 위해, 먼저 대화하고 타협하는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방 70주년을 맞아 더 이상의 편견과 배제를 떠나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나아갈 길을 함께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오랜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흔연히 손을 맞잡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가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은 지금 한 민족인 남과 북이 공존과 상생을 위해 대화와 타협을 마다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민족의 슬기로 국제정세의 거센 파도를 헤쳐가야 합니다.

우리 종단에서도 새해에는 서로 다른 주장과, 서로 다른 해결 방법을 공론의 장을 열어 놓고,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점을 함께 찾아가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아름다운 전통을 새롭게 펼쳐가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고 넘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지만, 서로의 뜻이 모이면 문수의 지혜가 나온다는 말씀을 의지해서 사부대중 여러분을 믿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불자여러분! 국민여러분!

새해의 맑고 밝은 기운이 아침햇살처럼 온 나라, 온 국민, 사부대중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길 기원합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청양처럼 조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 고맙습니다.


불기2559(2015)년 을미년 새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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