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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고 부자들의 성ㆍ인종ㆍ국적,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빌리어네어’, 즉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부자는 세계적으로 1645명이 있으며, 그 중 30%인 492명이 미국인이며, 65%는 상속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번 자수성가 부자들이다. 평범하거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열심히 일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개척자가 돼 성공했으며, 많은 행운도 따랐다. 그렇다면 그들은 공교육을 통해 다수에게 균등한 성공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에 대해서 지지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공교육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에 다수가 반대했다. 일반 대중들이 87% 지지하는 공교육 지원 확대에 대해 ‘빌리어네어’, 즉 억만장자 갑부들은 35%만 찬성했다.

세계 최고 부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고, 그들은 현대 사회에 어떤 존재들인가에 대해 연구한 책이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미국 사회과학ㆍ정책 씽크 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대럴 M. 웨스트 부소장이 쓴 ‘억만장자들: 최상류층의 초상’(Billionaires: Reflections on the Upper Crust, 국내 미출간)이다. 포브스가 매년 집계한 세계 최고 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이 책은 미국 정치에서 슈퍼 리치들의 지배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금권정치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연구했다. 

이 책에 따르면 포브스의 세계 부자 리스트의 90%는 남자다. 65%는 백인이며, 26%는 아시아 왕가의 일원이다. 60세 이상이 전체의65%를 차지하며, 40세 이하는 단 2%에 불과하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거부들을 배출한 사업분야는 철강, 금융, 자동차, 광업, 에너지, 커뮤니케이션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투자, 소매유통업이 슈퍼리치의 산실이 되고 있다.

이들 억만장자들은 미국 정부 정책의 각종 현안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평균적인 견해와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의료비 감축과 정부의 시장 규제, 공교육에 대한 정부 지출, 건강보험료 인상, 실업자 복지 정책 등 각 현안에 대해 일반 국민의 평균적인 찬반율과 억만장자의 그것은 대체적으로 40%정도의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억만장자들은 작은 정부, 공적 지출 삭감을 선호한다.

저자의 우려가 깊어지는 것은 이들 억만장자가 자신들의 견해와 주장을 실질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금력을 동원하거나 직접 정계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수백억달러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쏟아붓고 있으며 언론사를 소유하고, 관직과 정치계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대법원이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정치 자금의 한도를 아예 없애버린 것은 그 자체로 금권정치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건일 뿐 아니라 향후 미국 정치의 금권화를 부채질한 계기로 꼽힌다. 이 책에는 뉴요커의 카툰을 실었는데, 한 거부가 데스크에 앉아 “나는 비행기 한대와 두 대의 요트와 네 채의 집과 다섯 명의 정치가를 소유했네”라고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에서 소득의 재분배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정치권력을 움직이는 거부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루퍼트 머독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벤처 투자자의 기고문을 서평 기사로 게재했다. 그는 “상위 1%계층이 국민 소득의 19%와 연방세의 38%, 상위 5%는 각각 34%와 59%, 상위 10%는 각각 45%와 71%를 차지한다. 반면 하위 50%가 내는 세금은 연방세의 3%에 불과하다”고 부자들을 변호했다. 대럴 웨스트가 밝힌 것처럼 ‘억만장자’가 일반 국민들의 평균적인 견해를 집약한 연구결과라면 파이낸셜 타임스의 서평 기고문은 일반 국민들과는 별세계에 사는 갑부들의 논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됐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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