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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신당동 중앙시장] 인심까지 얹는 재래시장…천원 한장이 VIP카드 되는 만물시장
현장에서 발견한 2000원의 멋과 맛 그리고 재미
“귤 한 바구니에 이~천원~”

한겨울 냉기를 뚫고 입김 한가득 구성진 목소리의 시장상인이 ‘2000원’을 외친다. 상인은 집에 있을 아이들 손톱을 노랗게 만들 귤 한 바구니를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건넨다. 한 바구니 가득 담긴 귤. 언뜻 봐도 20개는 넘어보인다.

2000원, 담배 한 갑 가격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재래시장에 오면 달라진다. 1000원, 2000원에 물건과 인심을 함께 사고파는 곳, 지난 22일 찾은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에선 2000원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000원 갖고 무얼?’이란 고민은 통하지 않는다. 많은 상품들이 1000원, 2000원을 기준으로 팔리고 있다. 귤 한 바구니뿐만 아니라, 굵직한 알감자가 10여 개 담겨있는 감자 한 바구니도 2000원이다. 인심은 덤이다.

신당동 중앙시장에선 시장표 잔치국수, 양말 3켤레 등 2000원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어묵은 1개에 500원, 4개 기준 2000원이면 넉넉하다. 수제튀김도 4개에 2000원이다. 후루룩 국수발 넘길 시장표 잔치국수도 2000원이고, 찹쌀 꽈배기는 2개에 1000원이다. 따끈따끈한 호떡도 1개에 1000원. 2000원이면 배가 부르다.

이밖에도 컵닭강정, 실고추 1봉지, 완도산 청각 1봉지, 손두부 1모, 도너츠 3개, 국산 양파 1바구니 모두 2000원을 기준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양말은 3켤레에 2000원이었다.

자연산 장어구이가 눈길을 끌었지만 아쉽게도 3마리에 1만원, 1마리에 3300원꼴이니 2000원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한 끼 식사 해결이 힘든 것은 아니다. 어르신들이 자주 모이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인근엔 2000원에 해장국 한 그릇을 해치울 수 있는 곳이 있다.

골목 한 켠 허름한 식당. 우거지ㆍ황태ㆍ콩나물 해장국을 모두 2000원에 팔고있는 이곳에선 손님이 콩나물 해장국을 주문하면 3분도 되지 않아 금새 메뉴가 나온다. 음식은 콩나물국과 공기밥, 김치 한 접시가 전부다.

20년 넘게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60ㆍ여)씨는 “20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2000원에 국밥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격에 팔면 남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2000원에도 다 먹고 산다”며 “IMF때 이후 가격을 못올리겠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값을 올려볼만도 했을터. 김씨는 “이 근처에 2000원 하는 집이 3곳 있는데 같이 올려보려고 했더니 잘 되는 집 한 군데서 인상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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