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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 2000원의 경제학
내년부터 오르는 담뱃값 2,000원
누군가에겐 말 그대로 푼돈일지 모르지만
재래시장 귤 한 바구니·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돈…당신의 지갑속 2,000원의 가치는?



제 입으로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세련되지도 못할 뿐더러 직접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니까요.

정말 마음 속 깊이 전하고 싶지만 누군지, 무엇인지도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대가 나의 진심을 알면 그걸로 족하니까요.

 
종로 낙원상가 황태해장국 단돈 2,000원

언제든 당신을 위해서라면 하찮은 제 한 몸 쉽게 버릴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중요한 순간에 말이죠.

그러나 미안합니다.

보온용 캐릭터 양말 명동 양말백화점서 2,000원에 판매

당신이 택시를 타고 싶으시다면 저의 능력은 한참 모자랍니다. 버스ㆍ지하철을 타신다면 돌아오실 수 없으니 작별인사만 전해야겠네요.

이젠 위가 허전할 때 전 감히 당신께 좋은 식사도 대접해 드릴 수 없습니다. 잘 팔리는 브랜드 커피는 만약 가능하다면 절반만 드려도 괜찮을지요. 가슴이 답답하시다면 캔맥주 1캔 정도는 드릴 수 있습니다.

명동성당 앞 명동고로케 1개에 1,500원

우리 일상에서 저의 존재와 가치는 그 정도 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전 진정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평가될수밖에 없는 무가치한 존재일까요.

혹자는 아직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명동 로드숍 낱개 마스크팩 1,000~2,000원대

저와 함께라면 재래시장에선 넉넉한 인심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바구니 가득한 귤, 어묵 네 개, 양말 세 켤레에 인스턴트 커피는 네 잔을 나눠마실 수 있더군요. 심지어 김치 한 접시에 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실 수도 있습니다.

명동성당 지하에선 신간 도서를 빌려보실 수도 있다고 하네요. 주무실 때는 좋은 꿈 꾸실 수면양말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면 하루 두 끼 정도는 저를 팔아 라면으로 해결하실 수도 있겠네요.

명동성당 지하 명동북파크 최신 도서 1주일 대여료 2,000원

저한테 소홀하셨다고요? 그렇다면 어느 순간 제가 사라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셨을 겁니다.

한 달 간 꼽아놓은 콘센트 덕택에 가정에선 매월 제가 사라집니다. 외출하시기 전에 난방을 30분 미리 꺼두시면 저를 조금 오래 보실 수 있죠. 자주 쓰시는 휴대전화도 요금제만 잘 선택하시면 매달 제가 쏠쏠한 즐거움을 드립니다.

명동 순은침 단돈 2,000원

하찮다고 여기실수도 있지만, 하루에 절 많이 아껴주시면 은퇴하실 때 럭셔리 크루즈 여행을 모셔드릴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집 크기가 달라지고 차량이 바뀌실 수도 있죠. 모르고 넣어뒀던 주식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담배 한 갑 가격을 2000원 올리기로 하면서 세상이 한바탕 소란스러워졌지요. 내년 1월 1일부터 답뱃값이 거의 배 가까이 올라간다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황학동 만물시장 동동주 한 잔에 1,000원 둘이서 2,000원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를 5조원이나 확보할 수 있다는 한 연구가 나오면서 ‘서민증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담배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져 이제는 편의점 같은 소매점에서 담배를 1인당 1갑만 팔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한 걸 보니 저의 진가가 남몰래 숨겨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해놓고 보니 결국 세련되지 못한 유치한 장난이 되어버렸네요.

시계 배터리 교환 황학동 만물시장서 2,000원

그렇습니다. 눈치채셨겠지요. 전 여러분의 지갑 속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1000원짜리 2장, 2000원입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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