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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정전’ 사병 편지 100년만에 공개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제1차 세계대전 도중 영국군과 독일군이 극적으로 맺은 ‘크리스마스 정전’의 생생한 현장을 묘사한 한 영국 군인의 편지가 100년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크리스마스 정전’은 1914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벨기에 이프레에서 한 독일 병사가 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고, 이를 들은 영국 군사들이 환호하자 노래가 다 끝난 뒤 독일군 장교가 나와 영국군 하사와 악수를 하며 맺은 정전이다.

24일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우정공사는 ‘크리스마스 정전’ 100주년을 기념해 기념 우표, 당시 사진과 함께 알프레드 더건 차터란 이름의 영국 군인이 1914년 얼어붙은 참호에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출간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이프레에서 '크리스마스 정전'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나는 이 편지를 참호 대피호에서 쓰고 있어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장작 불이 타고 있고, 밀짚도 많아서 아늑합니다. 꽁꽁 얼어있는 진짜 크리스마스 날씨지만요”라고 전장에서 맞은 크리스마스의 풍경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이 편지는 1914년 12월 24일과 27일 등 이틀에 걸쳐 나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차터는 “누구도 볼 수 없는 가장 진귀한 광경을 목격한 것 같다”며 “오늘 아침 10시 무렵에 난간을 엿봤는데, 한 독일 군인이 무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들 참호에서 두명이 나오더니 우리쪽으로 왔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우리가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눴을 때 그들이 총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보였다. 우리 중에 한명이 그들을 만나러 갔고, 약 2분간 양 진영에선 사람들이 가득하게 모여서 서로 악수 하고 ‘해피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눴다”라고 그 날의 광경을 그렸다.

제2 고든 하이랜더 부대 소속이던 차터는 “군인들이 난간 위를 마음대로 거닐고, 양 편 전사자들을 위한 합동 묵념도 올렸다”고 감격해 했다. 또 “담배, 서명도 교환하고, 일부는 사진도 같이 찍었다”고 했다.

그는 “이 정전이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지만, 어쨌든 독일군들이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 지 보고 싶으면 새해 정전도 할 것이다”라고 고대했다.

하지만 차터의 바람과는 달리 정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차터는 3개월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비록 부상에도 살아 돌아와 약혼자와 결혼했으며 1974년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인 올해 영국 신문들은 ‘크리스마스 정전’ 당시 군인들이 얽혀 기뻐하는 사진을 싣고, 정전 100주년을 기념했다.

지난주 영국 햄프셔주 올더숏에선 독일군과 영국군 간에 ‘크리스마스 정전’ 100주년 기념 친선 축구 경기가 열렸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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