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아도 그림에 대한 소양이나 이해가 없어도 누구나 미술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죠.”
김선현(46)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미술치료 교육의 문제점으로 체계화된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현재 전문기관에서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해 제대로 교육받은 치료사들도 활동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미술치료사들도 있다는 것. 국가 공인이 없다보니 자격증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어 전문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술치료가 제도권에 안착하지 못하다보니 어떤 자격증이 신뢰할 만하고 판가름할 수 없고 미술치료 자체에 대한 신뢰도 전반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현재 국내 대학엔 미술치료 관련 석사과정이 20곳에 개설돼 있지만 공인된 제도가 없어 미술치료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다만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 임상미술치료사의 경우 약 1000여명이 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치료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그나마 미술치료가 학문의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2001년 차의과대학에 대체의학대학원이 설립되면서부터다. 이후 2005년 차병원 내 미술치료 클리닉이 신설됐고 2014년 최초로 차의과대학에 미술치료대학원이 설립됐다.
김 교수는 “현재 각 기관에서 배출하고 있는 미술치료사들의 직업적 안정을 위해서도 국가 공인 시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치료 석ㆍ박사 과정을 마치고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미술치료 공급자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외국에서는 국가가 공인한 시험이나 제도를 거쳐 미술치료사를 양성하고 있고 또 각 기관에서도 국가가 인정한 치료사를 쓰고 있다”며 “국가 공인이 없다보니 무자격 미술치료사들이 상업성만을 노리고 활동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환자들의 상태를 되레 악화시키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한편 김 교수는 “미술치료사로서의 직업 만족도는 여느 예술가 못지 않게 높다”고 강조했다. 미술을 통해 공부도 하고 안정적 직업도 갖고 또 사회공헌활동도 펼칠 수 있다는 것. 그는 “내 삶을 무엇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직업”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미술치료의 길을 걷고 싶은 후배들에게 “반드시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더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고 조언했다. 또 “수년 내로 국가 공인이 이뤄진다면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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