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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인사이드] 조현아 사태를 바라보는 재벌가의 불편한 시선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지난 10월 헤럴드경제 특별취재팀은 재벌가 딸들에 대한 기획기사를 다룬 바 있습니다. 기사에선 유리천장을 뚫고 경영 일선에 나선 재계 3, 4세 딸들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재벌가 딸들의 스토리에 대해 독자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삼성가(家)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이서현 사장이 호텔, 패션, 광고 사업 등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두 딸이 경영하고 있는 계열사들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성 기업인으로서 세련된 감각을 경영에 녹여내면서 기업 이미지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민정 씨는 ‘재벌가 출신 최초의 여군’이라는 길을 택하면서 사회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군 입대 전에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직접 마련하고, 회사를 창업해 경영에 나서는 등 ‘재벌가 자제답지 않은’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그 결과 최 회장의 수감으로 악화된 기업 이미지 회복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재벌가 자제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습니다.
 
이처럼 최근 딸들은 ‘사모님’이나 미술관 관장에 머물렀던 과거의 재벌가 여성들과는 선을 긋고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딸이 아닌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도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그렇게 열아들 부럽지 않은 딸들의 신선한 행보가 재벌가 자제는 물론 재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 놓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현아 사태’를 계기로 대중은 다시 차갑게 등을 돌렸습니다. 한 재벌 3세를 향한 비난은 며칠 만에 재벌 전체에 대한 분노로 번졌습니다. 한진그룹만 하더라도 사건은 조현아 전 부사장 개인의 행동에서 시작됐지만 이후 오너 일가의 부조리한 행태를 폭로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결국 아버지 조양호 회장이 나서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조 전 부사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 전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건 여동생 조현민 전무였습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 승무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실제 기내 서비스에 나서거나 직접 와플을 구워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나눠 주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e스포츠 게임단을 후원하고 트위터로 소통하는 등 대중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를 일회성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재벌가 사람들 특유의 엄숙함이나 신비주의에서 벗어난 조 전무의 행보에 친밀감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로 대중의 마음도 다시 ‘후진’했습니다. 회사 차원의 어설픈 사과문, ‘무늬만 사퇴’, 뒤늦은 ‘쪽지 사과’ 등의 대처 방식은 오히려 재벌에 대한 반감을 키운 꼴이 됐습니다. 결국 이번 일은 평소 누적돼 왔던 재벌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을 다시금 확인해준 셈이 됐습니다.

이제 ‘조현아 사태’는 검찰 조사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폭행 여부를 둘러싸고 조 전 부사장과 승무원 간의 진실게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고 회유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여론은 더욱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라도 사회 지도층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면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겁니다.

사실 누구보다 이번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은 바로 같은 재계 오너들일 것입니다. 멀어진 대중의 마음을 잡기 위해 다시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재벌가에선 자제들 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특히 SK그룹이나 한화그룹 등 총수의 법적 문제 이후 이미지 쇄신을 위해 고민하고 있던 그룹은 행여 불똥이라도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내 재벌가 전체는 ‘땅콩 리턴’이 낳은 리스크를 안고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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