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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경제적 성공 vs 도덕적 실패…두 얼굴의 재벌가 사람들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슈퍼리치들이 부(富)와 도덕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가?

최근 ‘땅콩 회항’으로 불려지는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비도덕적 행동으로 재벌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싸늘하다. 비단 이런 일은 이번에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큰 파장이 일면서 과거의 비슷한 사례들까지 재부각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이 소유한 부에 걸맞은 도덕적 수준은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성공에 매몰된 나머지 기본적인 도덕관념이 부족해 나타난 결과로 보거나 부자들이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폐쇄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기업을 세우고 키우면서 경제적 성공을 이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재벌’은 이들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리는 기업인이면서 동시에 큰 재력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손에 쥔 이들이다. 기업인과 달리 재벌이란 단어에선 부자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그대로 묻어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는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뀔수록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과거 1세대 경영인들은 기업 경영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창업자들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것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빈곤에 허덕이던 시대에 경제성장을 위해 전면에 서서 경영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기업인이 리더로서의 얼굴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회사를 이끄는 총수이면서 동시에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한 창업자들의 정신을 바탕으로 각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며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갔다. 동시에 오너와 그 일가가 손에 쥐게 되는 부와 권력도 점차 커져 갔다. 지금의 3세 경영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인 특유의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리더십은 시쳇말로 ‘슈퍼 갑질’로, 기업가정신은 특권 의식으로까지 변질돼 문제가 되고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식의 행동으로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재벌가 자제들의 모습은 위기 때마다 앞장서서 리더 역할을 하던 과거 1세대 경영인들과는 대비된다. 재벌가 자제들이 폭행과 폭언 등으로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면서 기업인에 대한 존경심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사고를 저지르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선 그들의 비뚤어진 도덕관념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예의범절을 갖추고, 현장경험을 충분히 쌓으며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춰가는 이들도 있다. 되레 더욱 힘든 훈련을 거치기도 한다. 고속승진을 포기하고 장기간 현장에서 근무하거나 아예 자기 사업을 벌이는 3세들이 그 예다. 이들은 다른 재벌가의 부도덕한 행동을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 절제된 행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업을 대물림하는 그 자체만으로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존재해왔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는 수면위에 떠올랐다.

최근엔 이처럼 잠재됐던 ‘후계자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왜일까. 3, 4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맨손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운 앞선 세대의 경영자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출발했다. 고난과 역경을 ‘학습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처럼 눈앞엔 막대한 부와 권력이 이미 놓여 있었다. 이는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으로 빠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가 됐다.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도덕적으로는 ‘실패’한 두 얼굴의 존재로 각인되고 있는 재벌가 사람들. 대중에게 비쳐지기 원하는 모습과 실제 보여지는 모습의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그들에게 지금 시점에 주어진 또 다른 과제다. 반드시 스스로 풀어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그들은 물론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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