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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범 할아버지 각본대로…군국주의 전철 밟는 아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ㆍ14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A급 전범’ 용의자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강경 민족주의 정책을 되살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이번 선거가 ‘아베노믹스’(아베 정권 경제 정책)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심판대로 비화됐지만, 기저에는 아베 총리와 외조부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분석하고, 아베 총리가 총선 승리에 힘입어 “외조부의 끝나지 않은 과업을 완수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시 전 총리는 만주 대일본제국 건설에 앞장선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용의자다. 패전 후 3년 간 도쿄(東京)에 있는 스가모 형무소에서 복역했으나 기소되지 않고 석방됐다. 1957년~1960년의 총리 집권 기간 전후 일본을 세계 열강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는다는 목표 아래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재무장을 추진했다. 그는 일본 자위대가 교전권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서 핵무장까지 갖추길 바라는 극단적 군국주의자로 평가된다.

1960년 미ㆍ일안전보장조약 개정안 국회비준을 강행하다 역풍을 맞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쇼와의 요괴(昭和の妖怪)’로 불릴 정도로 막후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 晋太郞)도 나카소네 정부 당시 외상으로서 우경화를 정책적으로 강화했다.

저널은 “기시 전 총리와 아베 총리처럼 군사력 확대를 위해 개헌을 강력히 추진한 지도자는 없었다”면서 기시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은 아베 총리의 개헌 행보가 향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토 다카시 도쿄대 명예교수도 “그들은 많은 부분 일치한다”면서 “둘 다 개헌과 일본의 재무장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도 기시 전 총리와 ‘닮은꼴’이다. 기업에 임금 인상ㆍ여성 고용비율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경제 회복을 발판 삼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려는 모습이 기시 전 총리의 ‘각본’이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사실 아베 총리는 외조부로부터 보수 우익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총리 취임 첫 해인 2006년 쓴 책에선 유년 시절 외조부가 ‘전범’ ‘보수 반동주의의 화신’으로 비판을 받는 것을 보며 되려 보수주의를 열렬히 받아들이게 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했으며, 외조부가 전범 혐의로 기소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라고 주장해왔다.

또 2007년 에세이에선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이 ‘유일한 길’이라며 밀어부치던 외조부의 모습을 칭송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외친 구호 ‘이 길밖에 없다’는 기시 전 총리에 대한 아베 총리의 존경심이 그대로 반영됐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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