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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광기에 눈감은 日…견제할 정치세력도 국민의식도 없었다
대안 못찾은 민주당 참패 자초
20석 넘긴 공산당만 돋보여…야당에 실망 정치 무관심 심화
투표율 52% 전후 최저 추락…불명예 사임 여성각료엔 면죄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폭주를 견제할 대안 정치 세력도, 일본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 의식도 실종된 선거였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14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3분의 2(317석)가 넘는 326석을 확보함에 따라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 할 수 있고,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요건도 전과 다름 없이 충족하는 등 정국을 계속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자민당이 선거의 화두로 제시한 아베노믹스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음에도 연립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야당은 아베 정권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어렵게 됐다.

역대 최저인 52%대 투표율에서 보여지듯, 이번 총선에서는 일본 국민들의 정치 외면과 현실 안주 성향도 두드러졌다.

▶대안없는 야당, 아베 ‘1강 독주’ 장기화=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당길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참패를 자초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를 대신할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지 못했고, 경제 이외의 다른 이슈를 부각하는 데 실패한 점도 아베 정권의 승리를 도운 요인으로 꼽힌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정말 이 길밖에 없겠냐’고 맞불 작전을 시도했으나, 반대를 넘어 독자적인 색깔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결국, 민주당은 73석(기존 62석)을 확보하며 선거 전보다 약간 세를 불렸지만 세자릿수 의석 확보와 자민당의 단독 과반(238석) 저지 등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작년 7월 참의원 선거에 이어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자민당 의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일본 정치의 ‘자민-민주’ 양당제 구도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거를 진두지휘한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민주당 대표는 낙선이 확정된 뒤 대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공동 전선을 펼친 유신당은 41석(기존 42석)으로 현상 유지를 했다.

공산당이 21석으로 기존(8석)의 약 두 배 이상으로 덩치를 키운 반면 ‘고노담화’를 공격한 차세대당은 기존 19석에서 2석으로 몰락했다.

▶일본 국민의 정치 무관심, 우경화 폭주 용인=이번 선거를 통해 일본 국민의 정치 무관심 성향은 한층 심화됐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전후 최저인 52%대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저인 2012년 총선 투표율(소선거구 59.32 %, 비례 대표 59.31%)에 비해 약 7%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대안이 불투명한 야당에 적극적으로 표를 던지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조금 더 지켜보자’는 관점에서 여당을 지지하는 현실 안주를 선택했다.

일본 국민들의 정치 의식 실종은 지난 10월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불명예 사임했던 아베 내각의 전직 여성각료 2명이 이번 총선에서 화려하게 ‘재기’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경제산업상(자민당)이 군마(群馬) 5구(區)에서,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전 법무상(자민당)은 도쿄도(東京都) 14구에서 각각 당선됐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전 경제산업상은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사실대로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 10월20일 사임했다. 마쓰시마 전 법무상은 유권자에게 부채를 나눠준 것이 기부행위라는 논란에 휩싸여 같은 날 그만뒀다.

두 전직 각료의 사임은 야당의 파상공세를 야기함으로써 아베 총리가 지난달 중의원 해산을 결정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했지만, 이번 당선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는 평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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