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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경제’ 상징 꿀벌…FTA에 사라지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0일 타결된 한ㆍ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천연꿀에 대한 관세를 15년 뒤에 완전히 철폐하기로 하면서 국내 양봉 산업을 시작으로 농업 전체가 도미노처럼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꿀에 대한 현행 관세는 243%. 하지만 FTA가 발효되고 15년이 지나면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베트남산 꿀은 국산 꿀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에 지나지 않아 관세가 철폐되면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베트남에서 수입한 꿀의 양이 7t 정도로 적지만 관세가 없어질 경우 양봉 농가의 타격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규혁 한국양봉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봄에만 꿀을 생산할 수 있는데 반해 베트남은 사시사철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국산 꿀의 가격은 세계에서 두세번째로 높은데 꿀시장이 개방되면 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봉은 경제학 교과서에 매번 거론될 정도로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외부 경제’ 효과를 지닌 산업으로 과수ㆍ원예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가령 요즘 시장에 풀리는 겨울 딸기가 재배되는 비닐하우스에는 벌통이 하나씩 들어있다. 암술과 수술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가루받이를 도와줄 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 수분의 한계를 메워주는 역할을 벌들이 하는 것이다.

경남 산청 딸기 농가의 한 농민은 “양봉업자들로부터 벌통을 무상으로 빌려다가 하우스에 비치하고 있다”며 “양봉업자 입장에서는 꽃이 없는 겨울철 동안 설탕을 먹이지 않고도 벌을 키울 수 있어 좋고, 우리는 일손을 덜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봉 산업이 국가 농업생산에 기여하는 정도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벌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경각심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양봉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법인도 생겨나는 등 양봉 산업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작업도 활발한 상황이다.

양봉협회 관계자는 “벌이 과수 등의 꽃가루를 옮기는 등 생태계에서 역할이 크다”며 “공익적 가치가 큰 만큼 양봉산업 붕괴는 전체 농업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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