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사건의 최초 폭로자였다. 대한항공 사내 직원들이 이용한다는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톡,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땅콩 리턴’의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대중에게 전달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SNS를 통해 결과적으로 생중계됐다. 대중의 관심은 커져만 갔고, 진정성 없는 사과와 보직 사퇴 등으로는 여론의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SNS 위력은 이번에도 입증됐다. 세월호 참사 때 세상의 모든 진실을 SNS는 눈에 불을 켜며 지켜봤던 것 처럼 조 전 부사장의 갑(甲)행동도 SNS는 냉정한 심판을 보냈다.
이러다보니 SNS의 폐해도 재차 돌출된 것이 사실이다. 무분별한 폭로가 난무하다보니 루머가 루머를 낳았다. 일각에선 “마녀사냥식 일방적 SNS 재판은 옳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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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앱에 게재된 사건 전말 주장 내용과 회사 측이 직원들에게 보낸 대응논리 이메일. |
다만 SNS의 위력이 재현되지 않았다면 재벌가 후손의 무소불위 권력과 같은 갑행동은 지나쳤거나, 슬그머니 잊혀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 ‘땅콩 리턴’ 사건의 전말을 알린 매체는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 앱이었다. 이 앱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고 회사 동료들끼리 불만과 고충을 익명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게시판이다. 지난 5일 이 앱에는 ‘내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음료와 마카다미아 넛츠를 서비스하던 승무원이 조현아 부사장에게 혼났다”는 내용이 자세히 실렸다. 사내 익명게시판이지만 사건은 외부로 유출됐다.
언론에서 이 사건을 보도한 후 대한항공 측이 신속하게 입장을 밝혔으나, 대중은 코웃음쳤다. 이 앱에 올라온 사건의 전말과 회사가 밝힌 입장이 달랐고, 마카다미아 넛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해당 승무원이 잘못한 게 없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서 전파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의 개인 카카오톡을 검열한다”는 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에게는 사내 메일을 통해 “외부에서 문의가 왔을 때 일괄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같은 내용들이 SNS 전파를 타며 퍼졌고, 여론은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사과의 진정성에 의심을 표했다. 결국 SNS의 부정적 여론이 조 전 부사장의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 사퇴의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사건은 단지 사퇴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도 페이스북 등은 땅콩 리턴 사건으로 도배되고 있다. 마카다미아 넛츠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물도 여전히 SNS로 확산되고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