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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한잔 값으로 예술 후원을…소소한 기부ㆍ예술나무, 기부에 재미 더해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신인 작가 김서영씨는 작업실이 없어서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며 집안 이쪽저쪽에서 그림을 그린다. 가까스로 전시 공간을 후원받았지만 재료비나 홍보용 현수막 제작비, 작품 운송비 등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할까 고민하던 김씨는 서울문화재단의 소소한 기부 사이트를 통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5만원 이상 기부자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인쇄한 에코백을 선물할 계획이다.

#A씨는 소소한 기부 사이트를 통해 젊은 무용수들로 구성된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몸의 협주곡’ 공연에 1만원을 기부했다. ‘몸의 협주곡’ 공연장에 설치된 배너에는 후원자 A씨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A씨는 배너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겼다.

어려운 이웃을 떠올리며 구세군 냄비 등에 저절로 손이 가는 연말연시가 찾아왔다. 경기침체에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문화예술계도 기부금 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동정심에 호소하기보다는 기부자들이 비록 천원짜리를 내더라도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참여한다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줄 리워드(보상)를 적극 마련하고 있다.

▶커피 한잔 값으로도 예술 후원자=서울문화재단은 지난달부터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소액 기부 사이트인 ‘소소(少笑)한 기부’를 운영하고 있다. 기부자들은 무용, 전시 등 다양한 공연 가운데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골라 원하는 액수만큼 내면 된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예술단체는 목표금액과 모금 기간을 직접 설정해놓는데,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하면 서울문화재단이 추가로 지원금을 얹어준다. 서울문화재단 지원금의 한도는 150만원이다.

‘몸의 협주곡’의 경우 목표금액이 150만원이었지만 11월 한달간 314만원을 모았다. 여기에 서울문화재단 지원금 150만원까지 해서 총 464만원을 받게 됐다.

‘몸의 협주곡’ 공연을 주관한 컬처버스의 조하나씨는 “한정된 제작비 가운데 무대 설치 비용, 의상비를 제외하고 나면 무용수들의 개런티를 충분하게 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하던 차에 소소한 기부에 참여했다”며 “모금액이 없었다면 무용수들이 받는 개런티는 반토막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5개 프로젝트에 대한 모금을 진행한 소소한 기부는 내년에 참가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문화제휴팀장은 “‘찢어지게 가난한 예술가들이 불쌍하니까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예술을 살찌워 좋은 삶, 좋은 도시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콘셉트”라며 “적은(少) 기부로 웃음(笑)을 나누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에 앞서 문화예술위원회도 지난 2011년부터 예술나무 사이트(www.artistree.or.kr)를 통해 크라우드펀딩 모금을 하고 있다.

소소한 기부의 경우 예술단체가 목표금액을 달성하지 못해도 모금한 금액만큼 주는 반면 예술나무는 목표금액을 넘기지 못하면 한푼도 주지 않는다.

강보경 문화예술후원센터 과장은 “목표금액을 달성할 경우에만 기부금을 주면 예술단체들이나 기부자들이 모금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효과가 있다”며 “올해 50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절반 정도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으로 구성된 ‘안녕?! 오케스트라’의 경우 지난 9월 29일부터 11월 23일까지 1018만원을 모집했다. 목표금액 800만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참여자가 561명에 달했다. 개별 기부 금액은 3000원부터 30만원 이상 등으로 다양했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기부금으로 베이스 드럼, 실로폰 등 부족했던 악기를 구입할 계획이다.

▶기부도 재미있게=기부자들은 이처럼 특정 단체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취지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공연을 골라 기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실제 문화예술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문화예술위에 무조건 기부하는 순수기부금은 거의 없었다. 반면 특정 지원 대상을 지정해서 내는 조건부기부금은 2012년 147억원, 2013년 195억원으로 점점 늘었다.

소소한 기부나 예술나무는 유니세프나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유명 기부 단체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직까지는 예술단체의 지인들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일반 대중들의 참여를 더욱 늘리기 위해 소득공제와 같은 혜택도 제공하고 있지만 감성적인 리워드로 어필하고 있다.

‘몸의 협주곡’처럼 예술단체들은 공연 홍보 포스터나 현수막에 기부자의 이름을 적기도 하고, 캘리그라피로 후원자의 이름을 써서 선물하거나, 자필로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기부금액이 높아지면 공연 티켓이나 작품을 담은 에코백, 머그컵, CD 등을 보내주기도 한다.

조하나씨는 “예술단체 입장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3000원, 1만원씩 보내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작품 제작 과정이나 공연 하이라이트 등을 제공해 기부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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