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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불사조 기획부동산 유감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강원도 평창, 춘천. 충남 아산, 당진. 경기도 평택. 모두 유행에 따라 기획부동산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지역들이다.

기획부동산은 공신력 있는 개발 호재를 업고 지역을 옮겨가며 한바탕 부동산 바람을 일으킨 뒤 한몫 단단히 챙겨 치고 빠지는 전략을 쓴다.

문제는 거기에 계속 선량한 시민들이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일단 억울함을 호소해 보지만 함정에 제대로 걸려들어 사기범 검거는 고사하고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조차 극히 낮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결국 “그 돈 불쌍한 이웃 돕는데 썼다고 생각하자”며 화를 달래거나 시청이나 구청, 경찰서 등 관공서의 대응이 미비해 생긴 일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공공으로 돌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당하면 끝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개발 호재는 계속 터져나온다. 이런 호재를 등에 업고 기획부동산은 갈수록 교묘해진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농락한다.

최근 만난 한 투자자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사고 팔아본 적도 있고, 강원도 땅 투자도 해 본 사람이었다. 그 정도면 웬만한 기획부동산 분간은 쉬워 보였다. 그런 그가 ‘평택 땅을 사라’는 한 기획부동산의 투자 권유에 진지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약 일보직전이었다. 그의 설명인즉슨 “기획부동산에서 3.3㎡당 300만원대인 그 땅을 사면 내년에 3배 이상 오를 거라고 해서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이 안 가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고급 투자정보는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기획부동산의 귀띔에 속으로 끙끙 가슴앓이만하고 있었다.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꾐에 걸려들기 전에 한 번쯤 주위를 둘러보고 조언을 구하거나 직접 검증에 나서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옛날 잘 알던 친구가 소개한 거”라며 한 번 믿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만 있었다.

부동산 업계 종사하는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리고 달려드는 사람 못 당한다.” 그러면 당하는 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개인들이 알아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경찰서, 구청, 시청, 국회, 정부, 법원, 검찰은 이런 나쁜 기획부동산업자들을 안 잡고 대체 뭐 하느냐’는 기획부동산 피해자의 1인 시위 구호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불사조 기획부동산, 과연 방법은 없는 것일까.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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