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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센징이라 센송하무니다’…부조리 한국사회, 냉소하는 젊은이들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경비원 분신 사건, 대한항공 ‘땅콩 리턴’ 사건까지 올 들어 부조리한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조센징이라 센송하무니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말은 ‘한국인이라 미안하다’는 뜻으로, 일제 식민 시절처럼 자기 스스로 한국과 한국인을 깎아내리는 말이다. 터무니없는 사건이 잇따르자 한국 국민으로서의 무력감을 냉소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자조적 표현은 이 시대 자화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같은 흐름을 개선키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모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센징이라 센송하무nida’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경비원 분신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단지가 경비원을 전원 해고키로 했다는 기사를 전하며 ‘경비원 근무여건 개선 이야기 할 줄 알았더니 전원해고! 역시 조센!’이라고 게재했다.

이에 학생들은 ‘힘 없는 사람들은 짓밟히는구나’, ‘조선이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겠다’ 내용의 댓글을 수십개 달았다.


한 인터넷 게시판의 글은 ‘CNN이 뽑은 한국이 다른 곳보다 우월한 10가지’를 열거했는데, 이 가운데 노동시간, 직장 내 술자리, 성형수술 건수 등 부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주인님 물질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저희를 굽어 살피소서’, ‘김치맨들은 외국 가면 조아리고 다녀라’ 등 자기비하의 댓글이 호응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소동 사건에도 어김없이 ‘조센징’, ‘헬조선’, ‘김치스탄’ 등 부정적 뉘앙스를 담은 표현들이 따라붙고 있다.

이와 같은 자기비하의 표현이 큰 반발 없이 널리 퍼지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다수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수위가 지나치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도 더불어 커지고 있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원인을 특정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 구조적인 데서 찾는 경향 속에서 경비원 분신, 군대 폭행,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등이 터졌다”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조금씩 개선되기는 커녕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이자 분노를 넘어 냉소의 수준에까지 다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갑이 되지 않으면 무조건 당해야 하는 한국의 세태, 그 갑이 다른 곳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약한 을만 괴롭히고 있는 행태를 조롱하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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