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력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을 크게 다뤘다.
9일자(현지시간) FT는 기업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컴퍼니앤드마켓’ 섹션 1면에 조현아 부사장의 사진을 3단으로 싣고 ‘돌겠네(going nuts)’라는 제목으로 퇴진 소식을 전했다.
‘nut‘은 견과류(땅콩)를 뜻하지만 미친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땅콩 리턴’으로 물러나는 조 부사장을 빗대기 위해 사용한 말로 풀이된다.
기사의 중간 제목은 “짜증(tantrum)이 대한항공 회장의 딸을 낙마시켰다”로 뽑았다. 법과 규정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재벌가’의 후손들이 보인 이른바 '슈퍼갑질'로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상하도록 했다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FT는 조 부사장의 ‘땅콩 리턴’ 파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조 부사장이 자신의 행동이 과도했다고 사과하고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의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이 해외출장(국제올림픽위원회 회의) 이후 인천공항에 귀국하자마자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FT는 이 사건이 한국내 오너일가의 영향력에 대한 분노를 점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한국 국민들은 갈수록 재벌그룹 일가가 누리는 사회ㆍ경제적 특권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도 이날 조 부사장의 퇴진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CNN은 “조 부사장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밝혔지만 직함은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기내에서는 일개 탑승객에 불과했고 공식 업무로 비행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CNN은 또 “조 부사장의 미국식 이름이 헤더 조이고, 미국 코넬대학과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수학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CNN 보도에 네티즌은 “이래서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직책을 맡기면 안 된다니까”, “누가 땅콩을 접시에 담아? 미친 거 아냐?”는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영국의 BBC방송도 ‘땅콩 분노(Nut Rage)가 대한항공 여객기를 늦췄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여론에 등 떠밀려 조현아 부사장의 보직 퇴진을 결정했지만 쏟아지는 비난을 임시방편으로 피하려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부사장직과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면 보수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임원으로서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앞서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승무원이 견과류(마카다미아너트)를 접시에 담아내지 않고 봉지째 서비스했으며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이 매뉴얼을 즉각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질책하며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이 일로 국토교통부가 항공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참여연대가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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