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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 찌라시, 대체 그게 뭐길래…
-“정보 쓰레기” vs “꿰 맞추면 어느새 사실로” 의견 50:50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논란에 대해 “찌라시(여의도발(發) 정보지)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규정함에 따라 찌라시에 대한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서 ‘찌라시 진위’는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찌라시는 현대사회의 ‘사생아’라는 평가가 많다. 경쟁사회에서의 은밀한 소문과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을 담은 찌라시는 한 조직과 개인을 회복할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옥동자’로 여기는 사회분위기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기에 이를 귀하게 찾는 이들도 많다. 게다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한 찌라시는 진위 여부를 둘째치고, 폭발적 전파 위력을 지니면서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떠나 수요가 있는 찌라시는 근절되지 않고, 세상의 은밀한 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찌라시를 보는 의견은 둘로 나뉜다. “발본색원 돼야 할 정보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낱낱의 정보를 꿰 맞추면 그럴듯한 종합성을 갖추고, 결국은 사실대로 밝혀지는 정보”라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다. 이같은 찌라시의 양면성은 그것의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고, 때마다 정국을 소용돌이치게 만드는 변수가 되곤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찌라시는 ‘뿌리다’라는 뜻의 일본어 ‘지라스(ちらす)’에서 유래한 말로, 여의도 증권가에서 은밀히 제작, 유포되는 증권가 정보지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ㆍ관ㆍ재계의 각종 동향과 광고모델로 제품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게 되는 연예인들의 뒷소문 등 잡다한 내용들이 망라돼 있다.

작성자들의 신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찌라시를 제작하는 사설 모임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신들의 ‘회원’들에게 유ㆍ무료로 찌라시를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 유료 찌라시의 경우 연 회비 50만원에서 500만원 가량에 판매되며, 고급 정보 중에는 연간 20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정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서너종 이상의 찌라시가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통해 활발히 유포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찌라시에 담긴 내용 중 일부가 일반인에게도 널리 퍼지는 양상이다.

이 속에는 속칭 ‘가담항설’이라 불리는 길거리 뜬소문으로부터 각 언론사의 정보보고, 각 기관의 브리핑 및 보도자료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찌라시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자나 홍보실 직원 등과 접촉해 그들이 취재 과정에서 얻은 얘기나 떠도는 소문, 혹은 정부의 공식ㆍ비공식 브리핑에서 나온 얘기들을 듣고 이를 모아 정보지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증권가 등을 중심으로 찌라시가 나도는 것은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주식시장에서 언론에 보도되기 전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도 남보다 한발 빨리 얻어 주식 투자나 기업 경영에 활용하면 큰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작전세력이나 정ㆍ관ㆍ재계의 일부 세력이 정보를 조작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거나 상대방을 음해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찌라시 중에는 나중에 맞는 정보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정보가 허위로 판명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이미지 실추가 커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유명 연예인 최진실 씨는 사채업과 연루됐다는 찌라시가 돌아 괴로워 하다 자살을 하기도 했다.

정계에서도 찌라시와 관련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김무성 의원(현 새누리당 대표)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인용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 수사에서 “찌라시에서 봤다”고 해명했고 검찰이 이를 인정해 최근 무혐의 처분을 한 바 있다.

이번 국정개입 의혹의 시발점이 된 전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문서에도 비선 실세들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밀어내기 위해 그의 교체설을 찌라시를 이용해 유포했다는 대목이 있다. 실제로 김 비서실장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찌라시들은 지난 10월 중순께 여러차례 유포되기도 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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